민간인에 뻥뻥 뚫린 뒤에야… 全軍 비상경계 시스템 돌입

해군기지·수방사까지 침입
정경두 국방, 긴급회의 소집

제주 해군기지에 이어 진해 해군기지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잇따라 민간인 침입에 경계망이 뚫리면서 군이 전군 비상경계 시스템에 들어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긴급 지휘관회의를 소집, 군내 기강을 바로잡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정 장관이 긴급 지휘관회의를 소집, 군의 경계 시스템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해 6월 북한 목선의 ‘해상노크 귀순’에 이어 올해 3차례 군부대가 민간인에게 뚫린 데 대한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경계체제 보강책을 집중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장관이 문제가 된 부대의 지휘관 등에 대한 문책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할지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지난 16일 낮 12시 40분쯤 50대 남성 김모 씨를 경기 시흥시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 울타리 안에서 발견해 신병을 확보했다. 김 씨는 울타리 밑의 땅을 파 부대에 침입해 50분간 부대 내를 활보했으며, 평소 기지 주변에서 약초·나물 등을 캐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에 침입해 1시간 30분 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1월 3일에는 70대 남성 노모 씨가 진해 해군기지 사령부 정문으로 무단 침입한 바 있다.

군 일각에서는 경계망이 뚫린 일선 부대가 민간인 침입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때문에 경계가 부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월 진해 해군기지를 침입한 노 씨의 경우 군사경찰 3명이 근무하는 정문 위병소를 검문 없이 통과했고, 해군은 침입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합참과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침입 사건의 경우에는 제주도와의 갈등으로 인해 군사보호구역 지정이 4년간 지연된 것도 일부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제주기지는 크루즈터미널을 함께 쓰는 민·군 복합형 기지여서 제주도가 절반만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하면서 군사보호구역 설정이 지연됐다”며 “지금도 해상은 군사보호구역에서 제외된 상태라서 경계망에 구멍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