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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0일(月)
“한국불교 특성이 호국·기복? 日帝학자가 씌운 잘못된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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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삼 교수는 “한국불교의 조화와 융합의 특징은 이주민과 다원화 사회로 갈등을 빚는 지구적 문제의 완화에도 어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충남 서산 마애삼존불 앞에서의 정 교수. 정병삼 제공

- ‘한국불교사’펴낸 숙명여대 정병삼 명예교수

“불교가 국가를 호위한다”는
제국주의 논리가 스며든 탓
토착신앙과 영향 주고받고
보편성 지키며 독자적 발전


“1700년 한국불교의 전통을 호국(護國)이나 기복(祈福) 불교라는 틀에 가둔 것은 세계 종교들의 일반적 속성을 한국불교의 특징인 양 뒤집어 씌운 과거 일본 학자들의 영향 때문입니다. 한국불교는 세계 불교는 물론, 동아시아 불교와도 다른 독자적인 면모를 가졌습니다.”

역사학자로 한국불교 연구에 천착해온 정병삼(66)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불교를 통사(通史)로 정리한 ‘한국불교사’(푸른역사)를 최근 출간했다.

국내에서 불교에 관한 교양서는 수없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불교사는 김영태 전 동국대 교수의 ‘한국불교사개설’(경서원, 1986)과 일본의 중국 불교학자 가마타 시게오(鎌田茂雄)의 ‘조선불교사’(1987) 정도였다. 정 교수의 이번 책은 교학(敎學)에 치중한 기존 한국불교사를 넘어서 정치·사회·문화를 포괄하고, 30여 년 만에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를 집약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사’의 첫 ‘정전(正典)’이라 할 만하다.

정 교수는 지난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유례가 드문 다종교 사회인 현대 한국에서 불교는 여전히 중요한 축”이라며 “시대에 따라 그 역할과 의미가 변해온 한국 불교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말했다. 정 교수는 “이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고정관념을 벗어야 한다”며 “한국 불교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이나 복을 비는 ‘기복’ 성격이 강한 불교라는 시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국사기’나 ‘고려사’ 등 사서(史書)의 불교 관련 기사는 당연히 국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엮어져 국가를 위한 법회(法會)나 임진왜란 등에서 승병(僧兵) 활동 등의 위주로 기록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이른바 ‘호국불교’라고 특징짓는 것은 오늘날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몇 번 개최했다고 ‘호국기독교’라고 부르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서구와 중국 등의 역사에서도 어느 종교나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활동한 이력이 있다. 정 교수는 “호국불교론은 일본 근대 불교학에서 ‘불교가 국가를 호위한다’는 제국주의적 논리가 식민지 조선 불교에 영향을 미쳐 통설로 굳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복’ 역시 대부분의 종교가 지닌 기본 속성이 아니냐”면서 “현세 지향적 세계관이 강한 한국의 문화 전통에서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최남선이 구체화한 개념으로,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와 성격이 다른 여러 사상이 통합됐다는 의미를 가진 ‘통불교(通佛敎)’를 한국 불교의 특징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역시 일제의 영향을 받은 통불교설은 신라의 원효와 고려의 지눌, 조선의 휴정 등을 한데로 뭉뚱그려 각기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던 사상체계의 독자성을 흐려놓았다”며 “통불교가 아닌 조화와 융합을 한국불교 특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불교는 긴 기간 동안 토착신앙과도 조화롭게 영향을 주고받고 불교의 보편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심성에 맞게 발전했으며 탄탄한 비구니 승단이나 산사(山寺)의 형태 등 중국과 일본, 동남아와도 다른 면모를 갖게 됐다”며 “한국의 산사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도 그 독자성을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한국 불교는 “크고 작은 갈등과 분열로 청정교단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역대 정권과 명확하지 못했던 관계설정, 이를 떠받치는 문중 간 뿌리 깊은 갈등이 그 중심에 있다”면서 자체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은 연표와 문화재 및 사찰 사진·지도·도표를 다양하게 수록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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