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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신우 논설고문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0일(月)
‘코로나 이후’ 민간 저력은 세계 1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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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한 건강·생명보다
경제기반 붕괴 두려움 더 커져
질병 위험 지나친 과장 아닌가

이번 사태로 새로운 시각 부각
보건·의료와 경제는 동전 양면
의료·ICT 양 날개 적극 활용을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카톡 문자를 받았다. ‘요즘 곰곰 생각해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개개인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보다 소상공인·기업들이 보는 피해와, 그로 인한 경제 기반 붕괴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는 요지였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자칫 잘못 이야기를 꺼냈다가 생명 경시라는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지만, 필자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뿐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는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 정도이며, 지구촌은 늘 그런 감염병들을 훌륭하게 극복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통계수치만 봐도 코로나19는 국내에서 매년 2500명가량의 사망자가 나오는 인플루엔자보다 심각성이 떨어지는 전염병일 뿐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자연치유율이 약 80%라는 분석도 있고 한국 내에서 현재까지 확진 후 치사율이 1∼2%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의 위험성이 너무 과장되어 모든 걸 필요 이상으로 얼어붙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인의 의문 섞인 질타 역시 반박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사회 활동이 마비될 정도로까지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정체를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를 부채질하는 매스컴의 선전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65배 안전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고로 인한 체감 공포는 자동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한꺼번에 수백 명이 희생되는 대형 이슈로 보도되고, 이것이 일반인 뇌리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신드롬 때문일 것이다.

현재로써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사태가 종식되고, 경제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차게 돌아가길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사스나 메르스 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상황 전개를 예상케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일으킨 연쇄작용에서 확인된 새로운 사실은 ‘훌륭한 보건의료’와 ‘훌륭한 경제’는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교훈이다. “공중 보건에는 경제적 건강이 포함된다. 그것이 요점이다”라는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최근 발언이야말로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핵심을 찌른 말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뉴욕대 교수의 “보건 위주의 정책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과 경제가 함께 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들로의 진단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이번 사태에서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아니 어느 선진국보다 뛰어난 수준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정부가 의료비 전액을 부담하는 ‘보편적 의료복지제도’를 채택하고, 자랑해왔음에도 코로나19 치명률은 4.89%나 됐다. 반면 한국이나 독일처럼 정부와 개인이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의료보험제를 채택한 나라는 평균 1.54%에 그쳤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 사회에 공중보건 인프라와 의료기술이 세계 최첨단임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셈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는 나라 중 유일하게 사재기 대란이 발생하지 않은 곳이다. 과거에 겪었던 기억들도 일부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최강의 물류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다. 앞서 지적한 모든 것은 결국 우리네 첨단 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시사해준다.

지금 국민은 물론 많은 기업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또다시 지나갈 것이다. 세계의 많은 경제학자가 지금의 팬데믹 현상을 지켜보면서 이후 글로벌 경제 지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지평선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 지구상에 첨단 보건·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양 날개를 동시에 펼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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