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52H 전략폭격기 5대 괌에서 뺐다…북미협상 유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괌의 앤더슨 기지에 착륙하는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국방부 “한미간 충분히 공유한 사안…확장억제 영향 없어”
북미상황·방위비협상 반영 등 여러 해석…군 “방위비 연계 비상식적”

미국 공군이 괌에 전진 배치한 B-52H 전략폭격기를 미국 본토로 전격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이런 전격적인 조치를 놓고 교착 국면에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 조기 재개 유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략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한국군 관계자는 19일 미국이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한 B-52H 5대를 지난주 미국 본토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도 지난 17일자에서 “미국 공군은 2004년 이후 순환 배치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지속해서 폭격기 주둔을 유지해오던 오랜 관행을 종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전략사령부는 “미국은 국방전략에 따라 전략폭격기가 필요할 경우 보다 광범위한 해외거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개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접근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전략폭격기는 미국에 영구 주둔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이후 6개월 단위로 주둔해 오던 전략에서 필요시 단기 수시 배치로 작전개념을 변경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6개월 단위 순환배치 방식이 종료되면 미국 본토에서 이동하는 비용과 괌에서 기체 운용 및 병력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고자 더 많은 해상전력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폭격기를 본토로 철수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비핵화 협상은 교착 국면에 있지만,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고 있지 않은 상황도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8일 오후(한국시간 19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전날 오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먼저 언급하며 “따뜻한 편지가 왔다”는 말을 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이 지난 16일 B-52H 5대가 미국 노스다코타주 미노트 공군기지를 향해 괌 앤더슨 기지를 출발했다고 보도한 것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시점이 비슷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고자 이런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이와 관련, “이번 조치는 미국 국방전략에 기초한 전력운용 개념 조정의 일환으로 한미 양국 국방 및 군사 당국 간 사전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對)한반도 방위공약과 확장억제 개념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한미 국방 당국은 매년 SCM(안보협의회)을 통해 확인해 오고 있다”면서 “한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전력은 물론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 운용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연합방위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국방전략에 기초하여 수년 전부터 추진되어 온 중장기적 플랜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시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미국 전략사령부도 이번 조치는 오랫동안 계획된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표 전략폭격기’인 B-52H는 핵탄두 적재가 가능한 AGM-129 순항미사일(12발)과 AGM-86A 순항미사일(20발) 외에도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AGM-84 하푼 공대함 미사일(8발), AGM-142 랩터 지대지 미사일(4발), JDAM(12발), 500 파운드(226.7㎏)와 1천 파운드 무게의 재래식 폭탄 81발, GPS 형 관성유도 폭탄(JSOW) 12발 등 모두 32t의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