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숭현의 지구문답>지구의 운동, 주기적이면서도 주변 천체와 상호작용 통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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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축 변하고 속도 느려지고
공전 궤도 찌끄러짐 정도 변해

18세기 조선의 홍대용은 지구의 자전만 알고 공전은 몰랐지만 지구 중심설은 부정했다. 뉴턴의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을 몰랐던 홍대용은 지구, 달, 태양이 허공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우주가 무한하고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구, 달, 태양 그리고 별들이 장대하게 분포하는 무한한 우주를 상상했던 것이다. 홍대용은 인간 중심주의도 부정한다. 무한한 우주에서 인간이 어떻게 중심적 존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조화로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만이 중심적 존재라는 세계관의 부정이었다.

20세기 과학사가 알렉상드르 코이레는 유한한 우주에서 무한한 우주로의 전환이 근대의 출발이라고 주장한다.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없는 광막한 공간에 떠 있는 고독한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인간, 이것이 근대인을 지배하는 심상인지도 모른다.

홍대용의 우주관은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에서 비롯된 근대적 세계관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지구와 태양 그리고 뭇별들이 무한한 우주를 그저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법칙이 있으며 우리는 그 법칙을 알 수 있다.

지구 운동의 법칙성은 삶에 리듬을 부여한다. 지구의 자전 주기가 하루의 길이를, 지구의 공전 주기가 1년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절 변화는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에 대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긴다.

뉴턴은 지구의 자전축이 마치 팽이의 축같이 회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을 지구의 세차운동이라고 하며 2만6000년의 주기를 갖는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각도도 일정한 것이 아니라 4만1000년을 주기로 21.5도에서 24.5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현대 과학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1963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웰스는 산호 화석의 성장선을 헤아려 6억 년 전 이래 하루의 길이가 10만 년에 2초씩 지속적으로 늘어 왔음을 보여주었다.

2016년 영국 왕립 학술원 회보에 발표된 동서양 천문 기록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BC 720년부터 AD 2015년까지의 기간 동안 100년마다 하루의 길이가 평균 0.0018초씩 증가해 왔고 증가 추세도 일정하지 않다고 한다.

2018년 지구 및 행성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자전축의 위치는 20세기 100년의 기간 동안 1년에 약 10.5㎝의 속도로 이동했다. 이와 같이 지구 자전축이 변화하고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밖으로는 달의 중력, 이에 반응하는 바다 그리고 안으로는 지구 맨틀 대류의 영향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타원인 지구의 공전 궤도 역시 약 10만 년 주기로 찌그러짐의 정도가 변한다.

20세기 초 세르비아의 지구물리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는 지구의 세차운동, 지구 자전축의 각도 변화, 공전 궤도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 북반구에 들어오는 일조량에 주기적 변화가 발생하며 이것이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의 운동은 주기적이면서도 거시적으로는 지구 내부의 구조와 주변 천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구 환경 변화를 초래한다. 문명의 운영에 있어 지구와 우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