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경기전망 놓고 “U자형보다 더딘 나이키형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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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알파벳 형태’ 예측

“나이키형땐 내후년까지 침체”
회복후 다시 침체 ‘W자형’도
가파른 반등 ‘V형’ 쏙 들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후에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한 ‘알파벳 형태’의 다양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가파른 경기반등을 의미하는 ‘V’자형 전망은 점차 줄어들고, 나이키 상징인 ‘스우시(Swoosh)’와 같이 예상보다 더딘 회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더 늘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 후 글로벌 경제 흐름은 완만한 곡선의 ‘U’자형보다 한층 더딘 시간이 걸리는 나이키 상징의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더 비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좋아졌다가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W’자형, 다시는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L’자형 등이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더 가파른 급성장을 보였다가 다시 꺾이는 ‘Z’자형, 끝도 없이 추락하는 ‘I’자형(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의 다소 극단적인 전망도 나왔다.

최근 알파벳 형태의 경제 전망은 그래프의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놓고 향후 GDP 회복 추이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에 저점을 찍고 꾸준히 반등하는 나이키 상징의 형태 곡선을 그렸다. 1차 오일쇼크 기간인 1975년 바닥을 치고 급반등한 사례는 ‘V’자형에 해당한다.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 반등한 유로존 경제는 2011∼2012년 다시 위축되면서 ‘W’자형을 그렸다.

나이키 상징의 형태는 미국, 유럽 등 서구 경제가 내년 말이나 그 이후까지도 지난해 수준의 생산량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회복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는 “빠른 회복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회복이) 몇 년까지는 아니라도 몇 분기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경제봉쇄 조치를 잇달아 완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온전한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관측에 따른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과거의 소비문화로 되돌아가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CEO는 “아직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란 게 없다. 아무도 뉴노멀이 어떨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같은 대규모 활동이 언제 재개할지 불투명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면서 예전과 같이 소비 활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 전망을 철회한 허쉬의 미셸 벅 CEO는 “이렇게 많은 요인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동시에 발생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71.02포인트(0.78%) 오른 9192.34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 주가 강세가 지속하면서 장중 급락에서 반등을 이끌었다. 시장 참가자들이 각국 경제 재개 움직임과 봉쇄 완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