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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onsumer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13일(水)
선불카드 IC칩 없어 일일이 카드번호 입력… 年매출 10억 넘는 동네맛집선 사용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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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제 대책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러 제약 조건으로 사용하는 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자체 지급 재난지원
선불카드·상품권 맹점

배달 음식 시켰는데 결제 안돼
계좌이체로 음식값 지불하기도
경쟁적으로 발행한 지역상품권
‘깡’으로 사고파는 행위도 속출

형편 어려운 고령자·벽지 거주
절차 몰라서 못받을 우려 커져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됐던 각종 지원금에 이어 이르면 지난 11일부터는 전 국민이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 효과를 유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으로 붕괴 위기에 처한 전통시장과 영세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금 낭비와 이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에 그간 굵직하게 드러난 ‘지자체발(發)’ 지원금의 각종 문제점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일주일을 앞두고 일목요연하게 짚어봤다.

◇IC칩 빠진 선불카드, 현(現) 단말기론 결제 안 돼 =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서 의류 소매점을 운영하는 박모(58) 씨는 최근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선불카드’로 결제를 요구하는 손님을 여럿 돌려보냈다. 2년 전 정부 방침에 따라 매장 내 단말기를 집적회로(IC) 칩을 꽂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체했지만, 서울시 선불카드엔 해당 칩이 내장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6일 “현행 단말기는 과거 긁는 방식이 아닌 ‘삽입’ 방식이기에 IC 칩이 없으면 일일이 카드번호를 입력하지 않고선 사실상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영세 소상공인을 살린다더니 결제 자체를 어렵게 해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은 지난달 1일부터 선불카드와 서울사랑상품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긴급생활비를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지급 완료된 34만589건(1219억3007만 원) 중 선불카드는 20만2994건(699억4220만 원)으로 약 60%를 차지해 상품권보다 지급률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작 단말기 호환이 안 돼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었다. 특히 배달 음식 주문 이후 결제 시 배달원과 사용자 모두가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 등록된 음식점에 한해 선불카드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지만, 배달원들이 주로 휴대하는 간이 단말기는 IC칩 결제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앞서 선불카드를 발급받은 정모(34) 씨는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배달 음식을 시킨 뒤 결제가 안 돼 계좌 이체한 경험도 있다”며 “선불카드로는 키오스크 방식 결제도 할 수 없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상품권 깡’ 등 현금화 악용 사례도 여전, 연 매출 10억 원 미만 사용 조건에 소비자는 ‘우왕좌왕’ =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동네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발행한 지역상품권을 불법 환전(속칭 ‘깡’)하는 범죄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력 처벌 경고에도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물품 거래 게시판엔 ‘거제사랑상품권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상품권 6만 원을 5% 할인한 5만7000원에 판매한다”며 “쪽지를 주면 개별 연락드리겠다”고 썼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선 “구미사랑상품권 10% 할인된 가격에 200만 원까지 산다”며 대량 구매 의사를 드러낸 수요자도 등장했다.

지자체는 발행한 상품권 액면가의 10∼37.5% 할인분에 대해선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할인율을 악용한 거래가 만연하면서 지역상품권이 ‘영세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혈세 낭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매출 10억 원 이하 업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 조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39) 씨는 지난 주말 지자체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다 두 번이나 낭패를 당했다. 평소 다니던 집 주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해당 지원금으로 결제할 수 없다는 정육점 주인의 대답이 돌아왔다. 또 딸, 부인 등 3인 가족이 동네에 있는 냉면집에서 족발과 냉면을 먹은 후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이유는 이들 가게가 모두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재난지원금은 백화점, 대형마트, 준대형 슈퍼마켓(SSM), 복합쇼핑몰, 유흥·사행업소 등을 제외한 연 매출 10억 원 이하 가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박 씨는 “규모도 작고 동네에 있는 일반적인 가게들이어서 연 매출이 1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가게를 따로 찾아보고 가서 사용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범죄자·격리위반자도 지급 받아 =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외 없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감옥에 있는 수형자도 혜택을 받게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형이 확정된 기결수,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여부와 관계없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자가격리 무단이탈자 역시 수령 대상이다. 정부는 애초 자가격리 조처를 받고도 격리수칙을 위반했을 때 본인뿐 아니라 수칙 위반자가 속한 가구 전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의 목적이 소득 보전·소비 촉진임을 고려해 방침을 변경키로 했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데도 신청 절차를 잘 모르는 고령자·벽지 생활자 등의 미수령 사례는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민정서상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자 등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지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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