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코로나에도 늘어나는 허위매물

부동산 시장에 허위매물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수도권 곳곳에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을 울리는 가짜 및 미끼 매물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지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접수된 지난 1∼3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는 3만8875건이나 됐습니다. 전년 동기 1만7195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요. 물론 중복 신고 건수도 있겠지만 부동산 중개 시장에 허위매물이 4만 건에 육박한다는 것은 ‘비정상’임에는 분명합니다. 거짓(매물)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악덕 상술 때문이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3월에 부동산중개업소와 부녀회·개인 등의 집값 담합 사례도 364건이나 접수(한국감정원)됐습니다. 이 중 명백한 범죄행위가 확인된 사안도 11건이나 됐고요. 올해 허위매물은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서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1분기 허위매물 신고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경기 용인과 수원시로 각각 5373건과 2317건이었지요. 이 두 지역은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1분기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각각 6.98%와 12.55%에 달했던 곳입니다. 서울에서도 올 1분기 강남구에서만 허위매물이 1202건이나 신고됐습니다.

부동산 매물이 실재하지만 중개 대상이 될 수 없는 것(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 상태)은 수요자 기만행위입니다. 오래전 매도가 끝난 매물을 버젓이 올려놓거나 시세보다 높게 혹은 낮게 내놓았다가 매수 희망자가 사려고 하면 ‘집주인 변심’이라며 거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들 모두 무주택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악덕 행위이지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교묘한 술수이기도 하고요. 미끼 매물과 집주인 변심 매물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도 중개업자들이 사행성 편법 중개를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수요자를 울리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 없이 민간 자율 규제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건전한 중개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혼탁했던 이유이지요. 허위매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정부는 최근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처벌 규정(허위매물 적발 중개업소 과태료 건당 최대 500만 원, 중요정보 미표시 50만 원)이 모호하거나 약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 매매하는 물건이 아닌 허위매물은 명백한 시장 교란이자 기만행위인 만큼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허위매물 관련자를 발본색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