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20.5.2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유럽
[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0일(水)
코로나 기금 싸고 파열음… EU ‘분열의 팬데믹’ 덮치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에서 집행위원회에 대한 반발과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주요국 지도자들은 가뭄에 갈라진 농토처럼 금이 간 EU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 전염병에 흔들리는 ‘하나의 유럽’

27개국 방역 지원 규모 놓고
獨·佛 “5000억유로 조성하자”
伊 등 1조5000억유로와 큰差
남부-북부 갈등 장기화 우려

결속이냐 분열이냐 갈림길서
집행위 리더십 시험대에 올라


지난 14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인 베를라몽 빌딩의 한 회의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주 만에 재개된 집행위원회 대면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망가진 유럽 경제 재건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회의의 최대 쟁점은 재건 기금 규모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각국 대표에게 더 많은 자금 출연을 호소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봉쇄 조치 이후 첫 번째 대면회의까지 열었지만, EU는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한 재건 기금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EU의 내부갈등과 분열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협력·단합의 대명사였던 EU 내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으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도화선은 유럽 차원의 보상과 지원 문제로, 빈국인 남부지역과 부국인 북부지역 간 충돌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원자금 배분·대출, 갈등 증폭=18일 독일과 프랑스는 EU 차원에서 약 5000억 유로(약 667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회원국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화상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EU 27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차입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부문과 지역’에 ‘대출이 아닌 지원금 형태의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나왔던 3400억 유로의 대출기금 조성 계획보다 조성 규모 및 상환 형태에 대해 자율성이 보장됐지만, 여전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이 제시했던 1조5000억 유로의 지원기금 조성안에 비해선 많이 모자란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정상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독일과 프랑스의 제시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EU 27개 가입국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EU의 재통합을 위한 국경 재개방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덴마크 야당은 노르웨이와 독일과의 국경 개방은 찬성하지만, 봉쇄조치에 동참하지 않았던 스웨덴과의 국경 개방은 안 된다고 주장해 스웨덴 정부의 불만을 샀다.

또 지난 5일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표적 경기부양프로그램인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SPP)에 대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18년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안으로 ECJ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헝가리·폴란드 등이 ECJ의 결정에 반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EU 집행위 ‘중대 기로’=이 같은 상황 속에 기존의 친EU 정치인들까지 노골적으로 반EU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EU가 현재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과 그 외 국가에서 민족주의 감정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설문조사기관 테크네가 지난 4월 이탈리아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이는 약 1년 6개월 전인 지난 2018년 11월 조사 당시의 26%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를 위한 자금 출연이 지난해 출범한 EU 집행위의 가장 큰 시험대이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다른 국가 정상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EU의 결속과 분열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자칫 실수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방장관 출신으로 총리 경험이 없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협상과 설득이 아직 역량을 발휘한 적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익스프레스지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본인의 역할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이 나서는 현재의 상황은 EU의 역할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FT에 “각 회원국의 재정 규모가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위기가 EU 내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가 오는 27일까지 내놓아야 하는 자금 지원안 초안은 그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각국 의견 존중 ‘뉴 노멀’ 주장= 한편으로 EU가 각국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FT 국제정치 담당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만은 독일 헌재의 결정에 대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이고 해당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EU 등이 독일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분명한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U는 그동안 통합을 가속해야만 통합이 진전될 수 있다는 자전거 이론에 파묻혀 있었지만, 이제는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라며 “각국의 개성을 존중하는 판결이 필요하다”고 새로운 정치 현실을 설명했다.

무즈타바 라흐만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유럽 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정책과 다른 혁명적인 정책이 나와야 EU 통합을 이어갈 수 있다”며 “지금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mail 박준우 기자 / 국제부  박준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국가 지도자에게 지지 결집… 쪼그라드는 獨·伊·佛 극우세력
[ 많이 본 기사 ]
▶ 행인 오가는 거리서 또래여성 성폭행 20대男 체포
▶ 정의연 ‘박원순 기부금 5000만원’ 감사패만 주고 회계공시..
▶ ‘브라질 최고 엉덩이 미인’ 몸에 메시 문신 새긴 이유는?
▶ 이용수 할머니, 마지막 기자회견…“모든 걸 까발리겠다”
▶ ‘부부의 세계’ 한소희 “이제 결혼은 못할 것 같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하나로마트는 되고 대형마트는 왜..
‘한명숙 재심론’ 與서 커지는데 대법원..
진중권 “여성단체 스크럼 짜고 윤미향..
文대통령 ‘마음의 빚’과 有罪 뒤집기
‘신혼희망타운’에 구치소 흔적 남긴다..
topnew_title
topnews_photo ‘2000만원 이상땐 기재’ 法 어겨 피해자 3명 기부금 2억도 누락 정의연 ‘단순회계실수’ 입장 뿐 윤미향 30일부터 국회의원 신분 檢, 관..
ㄴ 野, 윤미향 의혹규명 돌입… 尹, 계좌 내역 소명 준비
ㄴ 이용수 할머니 오늘 기자회견…전문가 “도덕기준 없는 시민단체..
[속보]이용수 할머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
행인 오가는 거리서 또래여성 성폭행 20대男 체포
‘韓 유죄 뒤집기’… 李 “검은 그림자”… 여권, 연일..
line
special news ‘부부의 세계’ 한소희 “이제 결혼은 못할 것 같아..
“이태오-여다경, 이해할 수 없어…김희애 연기에 무기력함 느끼기도”분명 드라마에선 한 대 때려도 속 시..

line
美 “北행동 상응 대응”… 도발시 군사옵션 시사
文정부 연평균 예산증가율 3차 추경땐 朴정부의 3..
177석 巨與 대표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
photo_news
퀸 기타리스트 메이 “심근경색으로 하마터면 ..
photo_news
‘노태우정부 마지막 총리’ 현승종 전 한림대 총..
line
[북리뷰]
illust
“며느리 사표낸 것처럼… 결혼이라는 환상과 이혼하라”
[지식카페]
illust
神·영웅에 식상한 청중… 뒤틀기·슬랩스틱에 빠져들었다
topnew_title
number “하나로마트는 되고 대형마트는 왜 안되나”..
‘한명숙 재심론’ 與서 커지는데 대법원장이 ..
진중권 “여성단체 스크럼 짜고 윤미향 옹호..
文대통령 ‘마음의 빚’과 有罪 뒤집기
hot_photo
트로트 신동 정동원 고향 하동에..
hot_photo
애인과 ‘옥상 입맞춤’ 사진 SNS에..
hot_photo
전과 스타들 잇단 방송가 복귀…..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