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충경 골프멘탈&브레인 짐 대표가 경기 용인 연습장에서 타구를 좇고 있다. 유충경 대표 제공
유충경 골프멘탈&브레인 짐 대표
선수 시절 ‘유리멘털’ 소유자
자신의 다양한 경험 알려주려
국내 첫 ‘멘털아카데미’ 오픈
스윙 메커니즘·명상 등 가르쳐
잘못된 샷 미련은 경기 악영향
자신 실수 수용하는 자세 중요
샷 하기 직전에 호흡만 잘해도
정확도·거리에 큰 효과 나타나
골프 멘털에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사람이 있다. 유충경(43) 골프멘탈&브레인 짐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골프 멘털 전문아카데미’를 열었다. 지난달 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건물 4층에 자리 잡은 골프멘탈&브레인 짐에서 유 대표를 만났다.
유 대표는 골퍼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골프 멘털을 바탕으로 스윙 메커니즘 분석과 상담, 명상까지 원스톱으로 가르친다. 유 대표가 이처럼 평범한 기술을 가르치는 교습방식을 버리고 복잡한 멘털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주니어 선수 출신인 그는 우승 한 번 못해본 ‘유리멘털’의 소유자였다. 한두 홀에서 무너지면 나머지 게임을 포기하기 일쑤였다. 유 대표는 “선수 시절 제 모습이 롤모델이 됐고 이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부친의 권유로 유 대표는 중2 때 한 살 터울인 형(유창민)과 함께 같은 날 골프를 시작했다. 형은 특기자로 한양대에 진학했다. 유 대표는 연습장에서는 늘 샷이 좋았지만, 대회에 출전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샷이 엉망이 되곤 했다. 고3 때 출전한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최종일 챔피언조로 나서 첫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막판 3홀을 남겨두고 스스로 무너졌다. 우승도,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수능을 86일 남겨 놓고 골프채 대신 책과 씨름했고 형이 진학한 한양대 생활스포츠학부에 지원해 합격했다. 2004년 군에서 전역한 뒤 23세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이 됐고, 2부 투어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정상급 투어 선수의 길은 험난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201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로 경험을 살리고, 심리학을 묶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냈다. 골프를 접목한 멘털 트레이닝이었다. 2016년 ‘강한 멘탈 흔들리지 않는 골프’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훈련에 필요한 멘털 준비법,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29가지 골프 멘털 솔루션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루틴을 불안과 신경과학으로 풀어낸 책을 또 출간했다. 유 대표는 몇 권의 책을 더 낼 계획이다. 올해 말쯤 일반 아마추어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골프 멘털 책 출간을 준비 중인데, 코스에서 편하게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내용이다. 멘털 트레이너 교육을 위한 학술적인 책 출간도 고려하고 있다.
유 대표는 “골프 멘털의 정의를 내리면 과학의 집결체고 루틴 역시 과학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신조어가 ‘루틴 멘털’이다. 원리만 익히면 충분히 습관처럼 만들 수 있다.
주말골퍼에게 멘털에 관해 물으면 십중팔구는 ‘배짱’이라고 답한다. 이런 멘털을 강화하려고 해도 대개 주말골퍼는 스윙할 때마다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 샷에 대한 일관성이 떨어지니 칠 때마다 결과가 다를 수밖에. 심하면 하루에 20타까지 왔다 갔다 한다. 유 대표는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실수가 나오더라도 ‘1주일에 한두 번 연습하는 내가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렇게 하면 감정 기복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간혹 ‘어제 85타를 쳤는데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면 90타 칠 것이 95타를 넘기게 된다. 정신이 흔들려 짜증이 올라오고, 내기라도 하면 한 번 실수에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유 대표는 “그럴 바에야 위험도가 낮은, 확률 높은 샷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의 아마추어에게 ‘얼마나 치세요’라고 물으면 ‘베스트 타수’를 말하곤 한다. 유 대표는 “늘 베스트 스코어만 상상하다가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베스트 스코어에 6∼9타를 더하면 ‘에버리지(평균타수)’가 되고, 평균타수를 염두에 두면 그만큼 편하게 라운드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예로 들었다. 우즈가 최전성기이던 2004년 인터뷰 때 기자가 “완벽한 라운드를 하느냐”고 질문하자, 우즈는 “나는 한 라운드에서 카메라 앵글에는 안 잡히지만, 최소 8번의 실수가 나온다. 그런 실수를 다 받아들이며 플레이한다”고 답했다. 골프는 실수를 안고 가는 게임이며, 실수를 덜 하는 확률 게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 대표는 공부하면서 터득한 지식 덕분에 머리로 골프를 하고, 그래서 주니어 시절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다. 그는 40세가 될 때까지 늘 언더파였다. 2부투어에선 연습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적도 있다. 그동안 집중이 안 됐던 이유를 찾아보니 실수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남은 홀에서 타수를 만회하려는 미래적인 관점이 강박감을 가져왔던 것.
유 대표는 주말골퍼들은 연습을 하더라도 대개 드라이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멀리 보내려고 하는 것은 남성의 DNA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여성이 투어프로처럼 꾸미고 나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골프를 즐기려면 드라이버를 연습하는 게 옳지만, 스마트하게 골프를 하려면 퍼터나 쇼트게임에 치중하라고 조언했다. 연습 방법은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면 감각을 끌어 올리기 쉽고, 짧은 클럽은 스윙 크기가 적어 실수의 빈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주말골퍼에게 꼭 전하고 싶은 ‘팁’ 한 가지는 샷 하기 직전의 호흡. 호흡만 잘해도 정확도와 거리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숨을 들이마신 다음 내쉬고 백스윙 임팩트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 실수는 급하기 때문에 나오고, 불안하기에 급하게 스윙해 헤드업이 나온다. 불치병으로 불리는 헤드업의 원인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이 나온다는 얘기다.
유 대표는 10년 후 지금 훈련받는 주니어선수들이 성장해 세계적인 투어에서 활동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리고 골프 멘털을 자세하게 3단계 레벨로 나눠 골프 멘털 전문 트레이너를 육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용인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