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만 남은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AR 기술로 복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 증강현실(AR) 복원안. 문화재청 제공

중문·남회랑 증강현실로 살려
실제 건축물 크기로 내부 체험
첫 사례… 원근감 최대한 표현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일부를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 실제 건축물 크기로 내부까지 들어가 체험할 수 있도록 복원한 첫 사례로, 건축 유적의 실물을 되살리는 데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는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금은 사라진 황룡사의 중문과 남회랑을 AR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를 디지털로 구현한 사례(돈의문, 2019년 8월)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를 하나하나 만들어 세부사항을 자세히 표현하고,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정확한 위치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AR로 복원한 것은 최초이다.

황룡사는 553년(신라 진흥왕 14년) 창건을 시작한 이후 변화를 거듭해 신라 최대 사찰이 됐으나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골 침입으로 소실돼 현재는 터만 남았다. 이 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9층 목탑은 645년(신라 선덕여왕 14년)에 건립됐다.

황룡사의 가람 배치는 크게 남문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에 남회랑이 이어져 있다. 이번에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이고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이다. 디지털 복원은 2018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1차로 만든 것을 2019년 8월부터 1년간 보완해 완성한 것이다.

기존 디지털 복원물은 건축물 앞에 사람이 있어도 그 뒤로 보이는 등 원근감이 무시됐지만, 이번 복원은 체험자와 건축물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최대한 살렸다. 시간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하고 재질을 다양화해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재청은 “경주시와 협의해 추후 황룡사지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대여하는 태블릿PC를 이용해 중문과 남회랑에 들어가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을, 추후에는 강당과 목탑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