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무력화’ 비판에… 법무부, 檢인사위 일단 취소

검사장급 이상 간부인사 연기
추미애, 윤석열과 협의 안해

尹-이성윤 주례회동 5주째없어

법무부가 당초 30일 개최하려던 검찰인사위원회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29일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특수통 학살 인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30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예정됐던 검찰인사위 일정을 취소한다고 위원들에게 통보했다. 회의가 언제 다시 열릴지는 통보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9일 오전까지 검찰청법에 정해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협의 절차를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 장관이 일단 검찰인사위를 연기했지만 인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윤 총장에게 형식적으로 협의를 제안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결국 ‘눈에 가시’인 윤 총장 사단인 ‘특수통’ 출신 검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독단으로 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장관과 총장이 서로 대면한 가운데 의견을 교환했지만, 추 장관은 1월 인사 당시 윤 총장에게 인사안을 보여주지 않고 인사를 빠르게 단행했다.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추진된 1월 인사에서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좌천되고,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앉았다.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추 장관은 관련법에 따라 어떤 형식으로든 윤 총장에게 인사와 관련해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인사 협의에 윤 총장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현직 한 검사는 “이미 기울어진 인사를 두고 윤 총장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 총장은 1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에 핵심 사건 수사 지휘를 위해 필요한 대검 간부 6명만이라도 유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 냉기류도 계속되고 있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5주째 주례회동을 갖지 않고 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총장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 권고안을 냈는데, 현 정부 검찰개혁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조차 비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까지 부여하는 권고안은 생뚱맞은 데다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실·국·본부장급 참모 가운데 유일하게 공석인 인권국장 인선에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인권국장 최종 후보 2명에 대한 역량평가를 진행한다. 후보 중에는 현직 검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인권국장 인선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완·윤정선·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