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다시 추진… 이번엔 의료계 반발 넘을까

국회, 개정안 잇단 발의
보험업계선 통과 기대감

정부가 의료계 반대로 11년간 공회전을 거듭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보험업계는 법안 발의에 따른 의료계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국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내용을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의료기관→ 중개기관→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진료를 받은 뒤 전화, 인터넷 등으로 보험사에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통지받고 그 서류를 의료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후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불편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같은 달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중개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규정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좌초됐다. 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비급여 진료 정보까지 한 곳(중개기관)에 집적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의 ‘돈줄’인 비급여 진료까지 통제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유력한 중개기관 후보인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급여 항목의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를 삭감하는 공공기관이어서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현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개기관을 심평원으로 하되 심평원이 받은 진료 정보를 중개 외 기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안전망을 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의료계의 우려를 줄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의료계 반대 편에 선 정부 여당의 행보에 주목하며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헙업계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겠지만, 청구 양식이 표준화돼 데이터 관리가 더욱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의료기관마다 사용하는 서류 양식이 달라 데이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체계적인 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계획을 둘러싸고도 대치해왔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