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노동자 vs 자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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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국내 기업들 가운데 시가총액 4억 달러(4800억 원) 전후를 살펴보면 LG하우시스,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광동제약 등이 몰려 있다. 이들 기업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어느 회사를 선택하겠는가. 사람마다 기업의 수익성이나 미래 가치 등을 따져 고를 것이다. 그럼 이들 기업이나 ‘배달의 민족’ 중 하나를 가지라고 한다면? 약간 헷갈릴지 모른다. 다른 기업은 그래도 땅, 건물, 각종 설비, 많은 인재를 포용하고 있지만, 배달의 민족은 솔직히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하나뿐이다. 배달원이라 해야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다. 생산의 3요소인 토지·노동·자본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상 아무것도 없이 그저 두뇌만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앞서 예를 든 기업들과 시가총액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요즘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두뇌 자본’이라고 표현한다. 자본화된 노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니 자본가와 노동자의 경계선도 점차 애매해지고 있다.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는 그래서 생산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사람이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경영주인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애초 가난한 노동자였다. 그러나 한 달간 오로지 핫도그와 오렌지만을 먹으며 실험한 결과 하루에 1달러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3살에 집투(Zip2) 코퍼레이션을 창업해 3억70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 또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송금할 수 있는 페이팔을 만들어 이베이에 15억 달러를 받고 매각한다. 이 자본을 투입해 2004년에 탄생시킨 전기자동차 회사가 바로 테슬라. 테슬라는 올해 7월 기준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총 1위에 올라섰다. 얼마 전에는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선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우주정거장 궤도로 올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최근 투자자 75명으로부터 지분 투자 방식으로 19억여 달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 머스크는 지적 노동자일까, 아니면 지적 자본가일까. 공장노동자 보호를 설립목적으로 한 국제노동기구(ILO)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자꾸 생겨난다. 민주노총도 자본가를 주적으로 한 시위로만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