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해학·풍자 넘치는 희극 오페라… ‘서양의 마당놀이’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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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부파

진지한 정통 오페라와 대조
리얼한 연기·사실적 표현
서민들에 여유·웃음 선사

오페라는 진지하고 다소 고상한 장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당놀이처럼 떠들썩한 해프닝과 서민들의 해학, 풍자로 꾸며진 코믹한 오페라가 있다는 걸 소개하고 싶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신화나 전설, 영웅을 소재로 하는 심각한 내용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가 성행했다. 그러나 길고 딱딱한 내용 때문에 관객들은 지루해했고 이를 눈치챈 제작자들은 막과 막 사이에 막간극(intermezzo)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오페라 세리아의 귀족적이고 영웅적인 주인공 대신 막간에 보통 사람이나 어릿광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스꽝스러운 내용을 사투리로 연기하게 하는 일종의 ‘쇼 타임’이었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돼 막간극의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 막간극의 형식적 요소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탄생한 장르가 희극오페라 ‘오페라 부파’이다. 그야말로 ‘서민적 영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라트라비아타’ ‘아이다’ ‘투란도트’와 같은 ‘대규모 오페라’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독일에서는 보다 가벼운 ‘세비야의 이발사’(사진)나 ‘박쥐’ 같은 오페라 부파나 오페레타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내용의 작품들은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한국에서의 대학 시절엔 베르디나 푸치니 등 스케일이 큰 오페라 위주로 공부했다.

그러나 독일 음대에 들어가서는 곧바로 오페라 부파나 오페레타와 같은 가벼운 레퍼토리를 쌓아야만 했다. 독일 극장에서는 시즌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오페라 부파로 올리고 있으니, 성악가 역시 희극적인 오페라 또한 소화할 수 있어야 했다. 영웅적인 오페라, 흔들리지 않는 고음과 카리스마 넘치는 단단한 소리에만 집중적으로 매진하던 나에게 희가극에서 필요한 사실적인 표현력을 익힌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극장과 관객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무대에 설 기회도 없다. 그에 맞는 레퍼토리와 테크닉을 하루빨리 쌓아야 했다. 때로는 익살스러운 음색으로 때로는 퉁명스럽게 또는 말하듯이, 리얼한 호흡과 감정 표현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했다. 무대의 언어 대신 실제의 언어를 노래하다 보니 피부에 가까운 음악을 알게 됐고 심취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면제’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오페라는 무척 진지한 내용을 다룬다. 두세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는 가장 긴 음악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페라 부파’를 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연극을 보는 듯한 가수들의 리얼한 연기와 사실적 표현의 가창은 낯선 외국어일지라도 내용의 이해와 몰입도를 높인다. 경쾌한 오케스트라에 따라 빠르게 전개되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우리의 마당놀이를 보듯 술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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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진지하고 고상한 시간을 요구한다. 각박한 삶을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페라부파처럼 우리를 웃게 하는 오페라도 있다.

현실의 삶은 분주함과 치열함의 연속일지라도, 여유와 미소를 지켰으면 좋겠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세비야의 이발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오페라를 꼽으라면 단연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다. 아름다운 아가씨 로지나에게 사랑에 빠진 알마비바 백작은 구애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로지나의 후견인인 늙고 욕심 많은 의사 바르톨로 때문에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마을의 이발사이자 해결사인 피가로의 활약으로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줄거리다.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는 피가로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고 유능한 인물인지 능청스레 자화자찬하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