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인간문화재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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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네 명의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의 삶을 회고하는 공연이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7∼28일 전북 전주 얼쑤마루 공연장에서 ‘탄생 100주년, 명인 오마주’를 마련한다. 1920년에 태어난 명인들은 일제강점기와 8·15광복, 6·25전쟁 등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민족의 혼을 잃지 않고 전통문화를 계승해 온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이자 기록자이다. 명인의 제자들이 펼치는 헌정 공연을 통해 평생을 바쳐 이룩한 그들의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명인 오마주’에서는 과거를 살아온 명인과 현재를 살아가는 후학이 시간과 세대를 넘어 조우하는 이야기 공간으로 꾸며진다. ‘풍류를 타는 줄광대’ 김영철 명인을 회고하는 무대(7일)와 ‘대관령 꼭두’ 명인 박기하의 삶을 돌아보는 공연(14일)이 진행된다. 또 고성오광대보존회 등이 ‘풍월을 벗 삼은 춤꾼’ 허판세 명인을 회고하는 헌정 공연(21일)과 ‘승무·학무’ 명인 한영숙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무대(28일)도 선보인다. 코로나19 등으로 현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오늘날 세계를 주름잡는 BTS 등 K-팝의 뿌리에는 바로 이런 명인들의 재능과 집념이 녹아 있다. 문제는 명맥을 잇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전승자는 7004명이다. 이 중 173명의 인간문화재에게는 매달 약 15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전승자 90% 이상은 이수자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려면 전수장학생과 이수자, 전수교육조교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10년 넘게 걸리는 수련 기간을 버텨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원금이 없어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일을 하면서 생계를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머지않아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전승자들이 생계에 쫓기지 않고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보·보물 등 유형 문화재도 중요하지만, 얼이 깃든 무형 문화재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것도 우리의 의무다. 21세기는 창의의 원천인 문화가 국력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