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겨울 아이, 겨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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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1980년 9월 27일 가수 이종용이 동명 타이틀로 첫 앨범을 발표했다. LP 앨범 뒷면 첫 번째 곡인 ‘겨울 아이’가 대중의 호응을 받았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사람이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나만의 당신’으로 사랑한다는, 박원빈 작사·박장순 작곡 노래였다. ‘생일 축하합니다’가 반복되는 후렴으로 끝나 한동안 겨울만 되면 생일 축하 파티장 등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종용의 목소리는 뭔가 영혼이 깃든 듯한 독특한 매력을 지녔는데, 나중에 목사가 됐다. 그러면서 겨울 아이는 예수 그리스도였고, 생일은 크리스마스였고, 이종용의 사랑은 신앙이었음이 알려지게 됐다.

사주 전문가들은 겨울이 사물을 모아 응축하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겨울 출생자 가운데 저축왕이 많고, 여성은 다산(多産) 경향이 있다는 것. 또 겨울 생은 힘이 좋고 운(運)이 강해 사주가 좋지 않아도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능력은 타고난다고 한다. 강한 운 탓인지, 실제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겨울 아이’가 많다. 특히 박정희 이래 선출된 대통령은 노무현만 빼고 겨울에 태어났다. 박정희 11월 14일, 전두환 1월 18일, 노태우 12월 4일, 김영삼 12월 20일, 김대중 1월 6일, 이명박 12월 19일 박근혜 2월 2일, 문재인 1월 24일이다. 노무현은 9월 1일생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3월 26일, 초봄에 태어났고 내각제에서 실권 없는 대통령이었던 윤보선은 8월 26일, 박정희 서거로 대행을 맡았던 최규하는 7월 16일생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 15일이 마침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갑이어서 화제가 됐는데, 문 대통령 후임을 노리는 여야 정치인들 가운데도 겨울 출생자가 많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2월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월 22일이다. 야당에서도 원희룡 제주지사가 2월 14일, 유승민 전 의원 1월 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1월 4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월 26일에 태어났다. 출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생이다. 예수가 추운 겨울에 태어났지만, 석가모니는 따뜻한 5월에 탄생했듯이 종교 지도자도, 정치 지도자도 생일이 인생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주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