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권 ‘大北민국’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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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020년 12월은 독재의 출발점
박제화된 5·18 민주화 운동
北 주민 알권리도 차단한 惡法

美 의회 ‘한국이 북한 닮아가’
文대통령 임대주택 ‘쇼’ 빈축
나라 멸망하는데 시간 안 걸려

2020년 12월은 대한민국 역사의 중대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여러 법률은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가 지배하는 대한민국과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5·18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정부 공식 입장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피력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을 각오해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라고는 하지만 허위인지 진실인지 누가 가려줄지 모른다. 학자들이 세미나 등에서 5·18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나 학설을 발표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학자의 탄식처럼 자유·민주·관용의 정신인 5·18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박제해 버렸다.

또, 북한 주민 위한다고 쌀이나 달러를 풍선에 달아서 보냈다간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나 한국화장품을 줘도 안 된다.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북한 주민이다. USB에 담긴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으로 자유의 갈증을 채웠는데 이젠 불가능하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김정은·김여정이다. 김여정 한마디에 여당 국회의원들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간첩 잡는 노하우를 가진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이제 경찰 ‘사수’를 돕는 ‘보조’로 전락했다.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겼기 때문이다. 국정원 요원이 선글라스를 끼고 멋있게 북한 요원과 싸우는 영화는 이제 타임캡슐 속으로 넣어야 할 때다. 간첩들만 좋은 세상이 됐다.

앞으로 검찰총장은 절대 언론사 소유자와는 밥을 먹어선 안 된다. 자칫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인기가 좋아 여론조사 1위에 나오거나 “국민에 봉사하겠다”는 말만 해도 정치 중립 위반으로 경질 감이다. 절대 국민에게 인기가 있어선 안 된다. 수사 지시를 할 때도 법무부 장관에게 해도 되는지 먼저 물어보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 1970년대 공직자들은 ‘중정(중앙정보부)’에서 나왔다고 하면 벌벌 떨던 때가 있었다. 내년부터는 ‘공수처’ 완장 찬 검사들이 검찰·법원·경찰을 휘젓는 모습을 봐야 한다. 수사·기소권을 갖고 누구에게도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니 북한의 보위부나 나치의 친위대와 닮았다. 참고로 북한 보위부는 아무나 체포해서 정치범수용소에 집어넣거나 사형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얼마 전 북한의 수해가 심각할 때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속히 인민들의 보금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겉보기엔 말끔한 집들이 완공됐다고 현장에 나간 김정은이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장면이 있었다. 부실공사는 안 봐도 뻔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경기도 동탄에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44㎡(전용 13평)를 방문했다. 인테리어가 잘 돼 있는 깔끔한 집이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통령 행사용으로 실내 공사에만 10년 치 임대료인 4290만 원을 들였다고 한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자 보수 때문에 LH 측과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자기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이런 임대주택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그 어떤 주거 사다리랄까 그런 것을 잘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인민들에게 좋은 집을 나눠 주겠다는 김정은의 행보와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은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처럼 되는 데 달려 있으며,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이 한국을 닮아야 하는데 되레 민주화·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북한을 따르게 됐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법들을 야당의 마지막 남은 권한인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시키고 통과시킨 여당은 제도적 개혁 마무리라고 자화자찬한다.

해방정국에서 박헌영의 남로당이 김일성의 북로당에 흡수됐듯이 지금 대한민국도 ‘대북(大北)민국’으로 닮아가는 꼴이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던 그 나라는 아닐 것이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는 수십 수백 년이 걸리지만, 멸망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