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환자들 죽어야만 밖에 나가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의료진이 종사자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 39명’ 부천의 요양병원
확진자 20명 여전히 병원 안에
구로 요양병원에도 160명 대기

내부에선 “전문인력 부족”호소
‘환자 구조 포기했나’지적 나와

“(바이러스에) 못 버티는 환자들은 죽어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죠. 요양병원 안은 적자생존 상황에 몰린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망자 39명이 속출한 경기 부천의 요양병원에서 확진 환자 20여 명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이후 19일째 병원에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1명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 요양병원에서도 약 160명이 이송을 기다리며 병원에 머물러 있다. 격리 이후 이들 병원에서 사망자가 49명이 나와 ‘죽음의 병동’으로 변했지만, 정작 당국은 병상 확보에 실패하며 환자 구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면서 ‘코로나 고려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호트 격리조치 된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선 전날 60대 이상의 위중한 확진자 13명이 다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여전히 20명의 확진자(직원 포함)가 병원 안에 남아 있다. 이 병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약 2주 만에 확진자가 155명, 사망자는 39명이 속출했다.

부천시 측은 “환자 10명과 직원 10명 등 확진자 20명이 병원 안에 남아 있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가 많아 걱정된다”고 했다. 코호트 격리조치 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도 상황이 악화일로다. 지난 15일 처음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 181명(전날 오후 10시 기준)이 쏟아졌고, 격리 기간 중 10명이 사망했다. 비확진자 115명과 확진자 46명은 여전히 이송되지 않은 채 병원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호트 격리 중 감염병이 교차로 확산하고 있고 사망자도 매일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 때문에 병원 내부에선 감염병 치료 전문인력과 치료 장비 부족을 호소하며 기존 의료인력이 떠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와 구청 측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중증환자용 병상 부족 사태로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폐쇄적인 요양병원은 고립된 섬과 같은 곳인데 발병이 시작되고 이송을 하지 않으면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며 “2월부터 요양병원 집단감염에 대비하라는 지적을 했는데, 예방과 사후대책에도 모두 실패한 K-방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부터 서울시립대 내 기숙사 520실을 생활치료센터로 개소한 것을 포함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4개 대학에서 생활치료시설 1326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