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스펙트럼>KT투수 주권, ‘연봉 조정=선수 패배’ 공식 깨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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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울어진 운동장’ 프로스포츠 연봉 조정

KT “올 연봉 2억2000만원”
주권 “3000만원 더” 조정 신청
10년만에 KBO 조정위 열릴듯
37년간 ‘선수 승리’ 한번뿐

프로농구는 35차례중 단 2회
축구 비공개… 배구 조정만 1회

이번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까.

투수 주권(26·사진)은 연봉 협상에서 KT 구단과 합의하지 못했고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KT는 주권에게 올해 연봉 2억2000만 원을 제시했고, 주권은 3000만 원 더 많은 2억5000만 원을 요구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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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연봉 조정 신청은 지난 1984년 도입됐다. KBO 규약 제75조에는 ‘구단과 보류선수 사이에 연봉 등 금전에 관한 사항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 구단 또는 선수가 총재에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프로야구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린 건 1984년 해태 강만식과 MBC 이원국이 첫 케이스였다. 가장 최근은 2011년 롯데 이대호이며 조정위원회는 모두 20차례 열렸다. 이대호는 2010년 타격부문 7관왕을 근거로 7억 원의 연봉을 요구했지만, 조정위원회는 롯데의 제시액인 6억3000만 원을 인정했다.

이대호뿐만이 아니다. 조정위원회 전적에서 선수는 1승 19패, 압도적인 열세다. 선수가 ‘승소’한 건 2002년 유지현이 유일하다. 유지현은 LG 제시액인 2억 원보다 2000만 원 많은 2억2000만 원을 요구했고, 조정위원회는 유지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롯데 김시진, OB 장호연(이상 1991년), 삼성 이만수(1992년), 해태 조계현(1994년) 등 쟁쟁한 스타들도 연봉 조정을 요청했지만 모두 패했다. 이대호 이후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 ‘싸워봐야 구단에 진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이대호 건 1년 뒤 당시 LG 소속이던 이대형이 조정을 신청했지만 취소했고 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주권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고, 오는 25일까지 조정이 종결될 예정이다. 조정위원회는 KBO 총재가 구성하며, 조정위원회 위원 및 개최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주권은 지난해 7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등판 경기 수와 홀드 1위이며, 구원 이닝(70이닝)은 3위다. 주권의 평균자책점은 구원으로 6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다. 주권은 지난해 불펜 투수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주권을 대리하는 에이전트가 현직 변호사인 강우준 엠브이피스포츠 대표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변호사이기에 논리, 설득력으로 맞선다는 방침. 강 대표는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주권이 승소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착실하게 준비했다”며 “지난 18일 KBO에 선수 측 입장과 지난해 성적 등이 담긴 세부 자료를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프로스포츠도 선수가 절대 열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정위원회, 한국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에서 선수와 구단이 합의하지 못한 연봉을 조정한다.

프로축구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0차례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렸다. 프로축구는 연봉이 비공개다. 일부 고액 연봉자만 공개하고, 연봉조정 사안 또한 비공개다.

KBL은 모두 35차례 연봉 조정을 실시했는데, 선수의 요구액이 받아들여진 것은 1998년 김현국(당시 나산)과 2019년 박찬희(전자랜드)뿐이다. 김현국은 구단 제시액 6500만 원에 맞서 7500만 원을 요구해 이겼고, 박찬희는 구단 제시액 4억5000만 원보다 1억 원 높은 5억5000만 원을 받았다. 선수의 전적은 35전 2승 33패.

프로배구는 단 1번 연봉 조정이 있었다. 2016년 곽명우(OK금융그룹)가 연봉 조정을 신청했는데 구단이 승소했다. 당시 곽명우와 구단이 원한 연봉은 비공개였으며, 금액의 차이는 3000∼4000만 원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를 합쳐 선수의 연봉 조정 성적표는 3승 53패. 주권이 의미 있는 이변을 연출하기를 선수들은 바라고 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