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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5일(月)
소탈한 면담·손편지… 소통하는 ‘원칙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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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유리벽’ 뚫어낸 두 여성 리더

여성이 이끄는 조직이 생경한 시대는 끝났다. 수장을 굳이 성별로 나눠 ‘여성성’을 조명하는 것만큼 촌스러운 일도 없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여성 수장에 이목을 집중하는 건 금융 특유의 보수성 때문이다. 금융권은 ‘유리천장’이 아니라 사방에 ‘유리벽’이 쳐져 있다고 평가될 만큼 여성 인재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박했다. 그런데 수십 년간 켜켜이 쌓여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유리벽에 최근 균열이 생겼다. 작은 실금으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없다지만, 모든 변화는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여기 두 여성 리더에게서 ‘특이점’을 찾는 이유다.


-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소비자 보호’원칙 타협 없어
‘라임펀드 사태’해결 큰 역할

직원들과 ‘동반자 관계’형성
고충들으며 눈시울 붉히기도


지난해부터 금융권은 대규모 환매 중단이 빚어진 사모펀드 사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의 처방은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의 확대 개편이었다. 6개 부서였던 기존 조직을 13개 부서로 대폭 확대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기능과 민원처리 등 소비자 권익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그 조직 정점에 김은경 금감원 금소처장이 있다. 금감원 첫 여성 부원장이기도 하다. 김 처장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윤석헌 금감원장의 추천으로 금소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원칙주의자로 평가된다.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 뒤에 숨은 강단이 남다르다. 스스로도 ‘타협 없는 원칙’을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로 여긴다. 김 처장이 타협하지 않는 분야 중 하나가 특히 소비자 보호다. 그는 지난 1999년 독일에서 보험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후 줄곧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 왔다. 그가 처장이 된 후 소비자 보호에 치우친 감독정책을 우려하는 금융업계의 시선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 처장은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는 동반하는 상생 관계에 있다고 본다. 소비자 보호가 이뤄져야 금융산업이 성장하고,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소비자 보호를 논의할 수 있는 생각에서다.

그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사안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었다. 분조위는 무역금융펀드 사태에 민법상 ‘계약 취소’ 법리를 적용해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100% 반환 결정을 내렸다. 이 건은 펀드 판매 때 설명의무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 일부를 배상토록 했던 이전 사례들과는 차원이 다른, 계약 취소를 적용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최초의 사례다. 김 처장은 “금융사가 이미 심각한 하자가 있던 사모펀드를 판매해 계약 당사자인 금융사 스스로 계약을 취소하고 원금을 반환하도록 권고한 것”이라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부합되는 법리를 적용해 신속히 피해를 구제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물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9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금융소비자 보호법이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최근 김 처장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사회적으로 소비자 보호가 부각되는 시기에 금소처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동시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싶은 일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김 처장은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금소처에 속한 직원들의 전문성과 노력을 통해 함께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소탈하게 자신을 보여주며 주위에 먼저 다가갔다. 그가 수능을 치르는 직원의 자녀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사기를 북돋워 줄 수 있었던 건 평소 직원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평소 김 처장은 금소처 내 조직 관리자들에게 직원 개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의 업무 환경에서 불합리한 요소를 없애주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푸는 게 조직 수장의 역할이란 판단에서다. 이 주문은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김 처장은 민원처리 담당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그들의 어려운 업무 여건을 듣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민원인들의 험한 말을 들으면서도 차분하게 응대해야 하는 고충과 증가하는 민원 건수 때문에 가중되는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업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가 꼽는 ‘인생의 인물’은 스승인 이균성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금융에 대한 시각이 일치하는 윤 원장이다. 이 교수는 상법, 보험법 특히 해상법의 대가다. 김 처장은 이 교수에 대해 “강의는 쉽게, 연구는 치열하게, 사람과의 관계는 신의롭게 하라고 말씀하신다”며 “금감원 첫 출근날 쾌청만설(快聽慢說)이란 중국어 성경에 나온 말씀을 해 주시며 낮은 자세로 많이 들으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윤 원장에 대해선 “금감원 직원은 금감원 직원다워야 하고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제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학력
무학여고, 한국외대 법학 학사·석사, 독일 만하임대 법학 박사

△주요 경력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국토교통부 채권정리위원회 위원, 법무부 정책연구심의위원회 위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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