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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03일(水)
‘보들보들’ 옷 질감까지… ‘촉감 아바타’가 원격으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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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전승훈 기자

국내 연구진, 사람처럼 감각 느끼는 로봇기술 개발

DGIST 연구팀, 압전센서 장착
주관적 촉감 데이터 AI로 학습
실제느낌과 최대 98%까지 일치
온라인으로 감각전달 머지않아

“촉감 재현 인공피부 개발 목표”


인간의 오감(五感)을 모방하는 기계의 발명은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예언대로 ‘감각의 확장’을 가져왔다. 카메라는 시각을, 녹음기와 전화는 청각을 훨씬 더 정밀하게, 더 멀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팽창시켰다. 이에 비하면 아직 촉각, 미각, 후각의 모사 기술은 미개척 영역이지만 로봇 팔 같은 의수(義手)에 통증이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촉각 센서와 관련 연구가 초보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단순히 촉각 센서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성능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촉감을 그대로 흉내 내 90% 이상의 정확도로 재현하는 촉감 아바타(avatar) 기술을 개발해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옷가게로 아바타 로봇을 보내 옷을 만져보게 함으로써 집에서 주인이 “천이 부드럽네”하고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결론이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2월 8일자 온라인판에 ‘촉감 아바타-인간의 촉각 인지를 모방하는 촉각 시스템(Tactile avatar : Tactile sensing system mimicking human tactile cognition)’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장재은, 최지웅,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접촉한 물체의 표면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다기능 촉각센서를 만든 다음, 이를 기계학습(ML) 기반 신호처리와 융합해 사용자 개인의 고유한 촉감 감성을 모사, 해석할 수 있는 아바타 기술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움직임을 위한 손의 물리적 촉각 기능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촉각 자극에 대한 감성적 인지(認知)까지 모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스마트폰이나 로봇이 사람의 인지적 감성을 전달하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우선 로봇의 손마디 크기에 압전(壓電) 물질로 만든 수십 개의 센서를 배열해 물체의 거칠기, 온도와 단단함, 형태 등을 감지하도록 했다. 압전 효과는 물질 표면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생기는 것으로, 인간 피부의 전기신호 발생 원리와 유사하다는 데 착안했다. 장 교수는 “오래된 논문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촉각의 경우 압력, 온도 등 7개 정도의 파라미터(변수)만 통제하면 돼 최대 수백 개의 구성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후각, 미각보다 간단해 먼저 도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마다 촉감의 표현이 달랐던 것이다. 같은 촉감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거칠다”고, 다른 이는 “부드럽다”고 답했다. 시각과 청각이 RGB(적녹청 3원색)와 음의 주파수로 정량화한 뒤, ‘빨주노초파남보’ ‘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공통된 표현법을 사용하는 점과는 달랐다. 특히 촉감의 경우 센서가 정량적으로 서로 다른 촉감이라고 측정했음에도 사람이 예민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모호성이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를 역이용해 인공지능(AI) 아바타에게 주인의 촉감 데이터를 학습시킬 때도 매질(媒質)과 인간의 인지평가를 정확한 일대일 매칭으로 하지 않고, 애매한 표현마다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둬 모호성 데이터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40여 개의 옷감에서 개인마다 다른 ‘거칠다/부드럽다’란 감성의 정도 차이를 학습한 아바타는 새로운 옷감에 대해서도 특정한 학습대상의 감성과 거의 일치하는 판정을 내렸다. 놀라운 결과였다. 특정인(주인)의 촉감을 모방하도록 연습시킨 AI 아바타의 판단 일치율은 최대 98%를 넘었다. 사람이 “너무 거칠다”고 느끼면 아바타도 똑같은 판정을 내린 것이다. 게다가 주인도 아직 만져보지 않은 새로운 물건에 대해 주인-아바타 판정 일치율은 최대 91%에 달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살 때 멀리 떨어진 가게의 상품 재질에 스마트폰 아바타를 갖다 대면 집에 있는 나의 촉감 선호와 거의 비슷한 점수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하드웨어를 개선해 로봇이 느낀 촉감을 원격으로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액추에이터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며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감각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인공 피부도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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