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사외이사중 판·검사 34.7%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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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67개 상장사 주총 분석

법조인 작년보다 1.7%P 증가
기업인 사법 리스크 대비 반영

ESG 경영 중요성 강조 흐름에
환경·고용부 관료 영입도 늘어
여성은 80여명…작년의 2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에서 볼 수 있듯 기업과 주요 CEO를 대상으로 한 ‘사법 리스크’와 각종 기업규제가 늘어나면서 판·검사 등 법조계 출신 기업 사외이사의 영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성장과 투자보다 보호 위주의 보수적 경영 기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와 관련된 정부 부처 출신의 사외이사 ‘등용’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29일 문화일보가 기업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와 함께 국내 64개 대기업집단 계열 267개 상장회사의 올해 주주총회 이후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는 103명으로 전체 사외이사 중 가장 많은 34.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올 3월 주총 이전의 33.0%(97명)보다 6명 늘어난 것이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규제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법조계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판·검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로, 44명(14.8%)이었다. 이어 국세청(36명, 12.1%), 공정거래위원회(21명, 7.1%), 산업통상자원부(13명, 4.4%), 감사원·금융감독원(각 11명, 3.7%) 순으로 뒤를 이었다.

법률가 출신이 등기이사나 회사 대표에 오르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강한승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로 선임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지난 2014년부터 등기이사를 맡아왔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법무·준법감시와 함께 정책·홍보 업무까지 책임지고 있다.

ESG 경영과 관련한 정부 부처 관료들의 사외이사 선임도 부쩍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사외이사가 3월 주총 이전 3명(1.0%)에서 주총 이후 5명(1.7%)으로 늘었고, 환경부(1명→2명)와 고용노동부(3명→4명), 금융위원회(0명→1명), 금감원(10명→11명) 출신 사외이사도 늘었다. 반면, 그동안 사외이사로 몸값이 높았던 기재부, 국세청 등 출신은 다소 줄었다. 기재부(46명→44명)와 외교부(7명→5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4명→3명), 국방부(3명→2명), 행정안전부(3명→2명) 출신 사외이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로 올린 기업이 30여 개에 달했다. CEO스코어는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이사가 지난해 42명에서 올해 약 80명 수준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선임 증가 현상에 우려를 표명했다.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인 ‘경영 조언 및 감시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투자를 통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두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규제가 많아지면서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