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정권 시녀’ 檢총장 땐 법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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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역대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이번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은 윤석열 전 총장이 조국 일가의 수사를 계기로 정부-여당과 갈등을 계속했기 때문에 후임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라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윤 전 총장의 태도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나아가 공정한 수사를 위한 올바른 자세라고 보는 국민도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부-여당 및 그 지지층에서는 이를 배신으로 규정하면서 제2의 윤석열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누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새 총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더 큰 관심사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권한이 대폭 축소된 상태에서 어떻게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새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는 중대하면서도 시급한 과제다. 새 총장이 이 작업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총장에 대한 평가는 물론 검찰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의 장래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 검찰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검찰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검찰과 경찰 및 공수처의 관계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변화된 수사 및 공소의 법체계 속에서 검찰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정권 교체 후 공수처가 폐지될 것이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 또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검찰은 현행법을 기준으로 수사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경찰 및 공수처와의 업무 분장 및 협력 관계를 합리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주도로 검찰개혁이 추진되면서 공수처가 탄생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은 수세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법제 하에서 검찰과 경찰,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는 검찰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검찰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야 하며, 이를 통해 경찰의 수사권이 적절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것도, 신생 공수처의 수사 노하우 부족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검찰이 과거의 권한과 위세를 되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업무 처리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통해 국민의 지지와 신뢰 속에 권위를 세워야 한다. 과거와 같이 수사지휘권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경찰 수사의 오·남용에 대해 적절하게 견제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공수처의 권한 행사, 특히 이첩요구권의 행사와 관련해 적절한 기준의 제시 및 협의 절차 등에 대해서도 조언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검찰도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검찰의 권한이 축소된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 요인은 정부-여당과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의 시녀, 정부-여당에 맹종하는 검찰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미 박근혜 정부 말기의 검찰 불신을 통해, 그리고 윤 전 총장의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통해 확인됐다. 새 총장도 검찰의 미래를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사 및 기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 속에서 찾을 때만 검찰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