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탈북 복서’ 최현미의 도전

  • 문화일보
  • 입력 2021-05-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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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는 미국의 전설적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제작·주연을 맡은 영화로, 32살의 나이에 여성 복서가 돼 챔피언 쟁탈전에 오르는 매기의 집념과 열정을 다룬 휴먼 드라마다. 힐러리 스왱크는 지독한 훈련을 이겨내며 챔피언에 도전하는 매기 역을 생생하게 그려 200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스트우드는 매기를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키워내는 트레이너 역을 노련하게 소화해 감동을 줬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놓쳤지만, 감독·작품상을 받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질 때도 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일어나야 진정한 챔피언이 된다”는 메시지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미 권투·레슬링 잡지 ‘더 링’ 선정 세계 여성 복서 랭킹 3위인 탈북민 출신 최현미(31) 선수가 오는 15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여자 슈퍼페더급 WBA·WBC·IBO 통합 챔피언전에 출전, 영국의 테러 하퍼와 승부를 겨룬다. 하퍼(24)는 2017년 데뷔 이래 슈퍼페더급 IBO(2019)·WBC(2020) 챔피언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듯하다. 최 선수는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나 11살 때 권투와 인연을 맺었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개봉되던 2004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이후 한국에서 복싱 영웅 장정구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 2008년 WBA 여성 페더급 챔피언에 이어 2013년 체급을 바꿔 슈퍼페더급 챔피언이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스트우드와 스왱크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최 선수는 한국판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 할 만하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목숨 걸고 선택한 태극기를 날리고 싶어 하는 최현미 선수를 응원해달라”는 호소 글을 지난달 28일 SNS에 올렸다. “인공기를 날리는 체육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최 선수가 대한민국 복싱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데 온 나라는 ‘미나리’의 성공에 젖어 있을 뿐 그의 타이틀 매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태 의원의 글에는 4일 현재 ‘좋아요’가 4300개, ‘응원 댓글’도 800개가 넘는다. 탈북자라는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에 시달리며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할 정도로 어려운 조건에서 복서의 길을 걸으며 정상에 도전하는 최 선수에게 전국민적 응원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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