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한류스타와 영어의 상관관계

  • 문화일보
  • 입력 2021-05-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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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명절엔 성룡”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홍콩 배우 청룽(成龍)은 한국 내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내한이 잦고 국내 예능에도 다수 출연했던 그가 친근하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서툴지만 한국어를 꽤 잘 구사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청룽을 만난 건 지난 2013년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을 때였는데요. 당시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한 리포터가 서툰 중국어로 질문하자 “한국말로 해요”라고 한국어를 구사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최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을 보며 청룽이 떠올랐는데요. 유려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소신 있게 영어로 소감을 말하는 노배우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죠. 물론 전문 통역사를 거쳤다면 더 세련된 소감을 전할 수 있었겠지만 윤여정이 보여준 진정성과 위트까지 담아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CNN은 그를 “쇼를 훔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외신들은 “그를 다음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로 위촉해야 한다”고 거들기도 했죠.

곰곰이 따져보면, 월드스타로 거듭난 스타들은 언어 구사력이 남달랐습니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 핫100 2위까지 오른 가수 싸이는 NBC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서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말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인 그는 당시 “강남은 미국의 베벌리힐스 같은 지역”이라고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했죠.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영어 실력도 수시로 화제에 오르곤 했는데요. 원어민 못지않게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유엔 연설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21세기 글로벌 청년 리더로 떠올랐죠.

혹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한국어로 소감을 말하는 것을 더 자랑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영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기는 상황에서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라 할 수 있죠. 이는 내한한 스타가 서툴지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고, “어떤 한국 음식을 좋아하냐?”는 뻔한 질문에 “김치” “불고기”라고 또박또박 발음할 때 우리가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발음, 표현력을 차치하고 그들의 영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감’이죠.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은 하는 모습으로, 모든 차별에 맞서고 이를 극복한 자랑스러운 ‘글로벌 스탠더드’ 한국인의 표상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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