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최정상에 선 아마추어 작곡가… 살인적 속주로 ‘벌떼의 날갯짓’ 담다

림스키코르사코프

6세때 피아노 배우기 시작
귀족가문 음악가 원치않아
海士 입학해서도 음악공부
발라키레프 만나 인생 전환

화성· 대위법 등 이론공부 몰두
차이콥스키에 푸가 작품 보내
“無오류·완벽한 작품” 칭송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도 유튜브에서는 관현악곡을 피아노 소품으로 편곡한 ‘왕벌의 비행’ 같은 클래식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새삼 뜨겁다. 왕벌 떼의 날갯짓을 묘사한 작품인데 1분 30여 초의 길이에 매우 빠른(Presto) 템포의 살인적인 속주로 유명하다. ‘45초 부분에 미스터치 발견!’ 같은 날카로운 비평이나, ‘저도 연습해서 꼭 쳐보고 싶어요’와 같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뜨거운 반응들로 후끈하다. ‘미친 아마추어가 미친 프로를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오늘 내용은 ‘미친 아마추어’에서 최정상의 프로로 거듭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바로 서양 음악사상 가장 뛰어난 ‘관현악법의 대가’로 추앙받는, ‘왕벌의 비행’을 작곡한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의 이야기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184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동쪽 약 200㎞에 있는 티흐빈이란 도시에서 태어났다.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음악에 소질을 드러냈지만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인 그의 부모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12세가 되던 해 그는 부모의 바람대로 해군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틈이 날 때마다 음악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18세가 되던 해 장교가 되기 위해 다시 러시아 황제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한다. 이 무렵 작곡가 밀리 발라키레프(1837∼1910)를 만나 인생의 전환을 맞는다. 군인의 신분이었지만 발라키레프에게 작곡 수업을 받고 또한 그를 통해 작곡가 세자르 쿠이(1835∼1918),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와 교류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과 함께 발라키레프가 이끄는 국민악파 ‘러시아 5인조’의 멤버가 된다).

1865년 12월 3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신의 첫 번째 작품 ‘제1번 교향곡’을 초연한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러시아인이 작곡한 첫 번째 교향곡’이란 타이틀 또한 거머쥐며 21세가 되던 해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명성과 입지는 점점 공고해져 27세가 되던 1871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관현악법과 작곡, 지휘를 가르치는 교수로 초빙된다. 하지만 그는 음악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아마추어였다.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곧장 화성법과 대위법 같은 이론 공부에 몰두했다. 1873년에는 해군에서 전역함과 동시에 해군군악대의 민간감독관 겸 지휘자로 부임해 관현악법에 보다 깊은 연구와 시도들을 이어나갔다. 1875년에는 러시아의 대 작곡가 차이콥스키에게 자신이 작곡한 10개의 푸가를 선보였고 마침내 차이콥스키로부터 이론상의 오류가 없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 것으로 모든 이론 공부를 마스터하게 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왕벌의 비행’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 2막 1장에 나오는 관현악 음악. 왕자는 벌떼들에게 마구 쏘이고 있는 백조를 발견하고 구해준다. 그때 거세게 덤벼드는 벌떼들을 묘사한 음악이 ‘왕벌의 비행’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16분음표의 반음계적 진행이 공격적으로 날갯짓하는 벌떼를 묘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같은 길이와 같은 빠르기로 진행해 가는 무궁동(페루페투움 모빌레)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벌떼의 날갯짓에 생동감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