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경>전쟁 대비해 만든 지하… ‘예술’로 거듭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지하로 북한산에서 발원한 홍제천이 흐른다. 1970년대 대전차방어 목적으로 설계된 유진상가 지하 구간은 그동안 통제 구역이었다. 2019년 ‘열린 홍제천로’란 이름으로 약 50년 만에 개방됐고, 그중 250m 구간이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홍제유연’으로 태어났다. 주상복합으로 지어진 유진상가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에 설치미술, 조명 예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8개 작품을 설치해 환상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42개 기둥에 빛을 연결해 만든 ‘온기’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온기’ 속에서 시민들이 소통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이 작품은 홍제천 물길과 지하 공간 속 빛이 교류하며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를 벗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홍제유연’은 시민들의 예술적 상상을 일깨우는 특별한 도시풍경이다.

■ 촬영노트

70∼200㎜ 줌 망원렌즈를 사용해 빛의 향연 속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을 함께 담고자 했다. 어두운 지하 공간에서 망원렌즈를 사용하다 보니 알맞은 스트로보 광량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광량을 매뉴얼로 조절해 단계를 바꿔가며 여러 번 촬영을 시도했다. 한 번의 셔터로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