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中 R&D 인력 712만명·투자 434兆 ‘세계 1위’…실험윤리 외면 ‘국제적 비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중국과학기술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최근 건설 중인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과 똑같이 제작된 모델 내부를 걸어가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박물관 캡처

■ 시속 600㎞ 자기부상열차 공개로 본 ‘기술굴기’의 명암

세계 첫 상업 용융염 원자로 설계
IT·우주과학 분야 등 세계 선도

기술·과학자 우대 인력풀 풍부
국제 특허 6만8720개 취득 1위

유전자편집 아기 탄생 비롯한
수컷 쥐에 자궁 이식 실험 등
국내외서 거센 비난 잇따라

중국의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의 대량생산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등 첨단 분야와 달·화성 탐사 등 우주과학,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기술자 및 과학자에 대한 우대 정책으로 풍부한 인력풀을 보유한 데다 최근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강화되면서 나날이 새로운 기술과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로벌 윤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구가 진행되거나 정부에 의한 강한 통제를 받는다는 한계가 노출돼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분야별로 최고 성과 등장 = 중국은 최근 앞다퉈 분야별 최신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20일 기관차 개발사 중처쓰팡(中車四方)은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시속 600㎞로 달릴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 공개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시속 600㎞ 자기부상 열차가 공개되는 것은 세계 최초로 이는 지표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라며 “브레이크와 전력 공급을 포함한 핵심 시스템을 자국 기술로 만들었으며 중국이 완전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원 원사가 상하이과학기술원의 실험실에서 컴퓨터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중국의 화성 착륙선 주룽의 화성 착륙 상상도(오른쪽). 월스트리트저널 캡처·중국국가항천국 제공

상하이(上海) 응용물리학원구소 연구팀이 자국 학술지 ‘핵 기술(Nuclear Technique)’에 공개한 세계 최초의 상업 용융염(molten salt·고온에서 녹인 소금) 원자로 설계도 역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9월 이 원자로의 시험운용에 착수, 오는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사막 지역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라늄이 아닌 토륨을 사용하는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제안이 돼 왔지만 직접 가동이나 실험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 기존 원자로와 달리 물 대신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막 등에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운용비용은 기존 우라늄 원자로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사고 발생 시 토륨이 빠르게 냉각, 응고돼 방사능 누출 위험도 낮다.

판젠웨이(潘建偉) 중국과학기술원 원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최근 출판 전 논문 공개 사이트 아르시브(arXiv)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공개한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양자 컴퓨터 ‘주총즈(祖沖之)’가 기존의 슈퍼컴퓨터로 계산했을 때 8년이 걸리는 계산을 1시간 20분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의 수준을 뛰어넘는 ‘양자 우위’ 단계에 진입했다는 미국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의 기록보다 나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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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물적 투자, 성과로 돌아오다 = 중국이 세계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는 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자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국 R&D 인력 규모는 2019년 기준 712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이 중 풀타임 근로자는 480만1000명으로 세계 1위이며 R&D 연구원 수 역시 210만9000명으로 2위 미국(155만5000명)을 크게 앞선다.

중국 과학 분야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원사(院士) 제도’로 대표되는 과학자 우대 정책과 문화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2년에 한 번, 중국과학원이 선정하는 원사는 일생의 영예로 인식된다. 정부는 이들에게 부부장급(차관급) 대우와 예우를 해주는 것은 물론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는 특전을 제공한다. 채용 및 연구 지원 등에서 여성을 우대해 젊은 여성 인력을 대거 과학기술 분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과학기술 인력을 풍부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R&D 투자도 중국이 세계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3780억 달러(약 434조 원)를 R&D 분야에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의 1340억 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최근 중국은 기초과학 분야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李克强) 중국 총리는 20일 국가자연과학기금을 시찰하면서 “우리는 기초과학 연구를 큰 목소리로 부르짖어야 할 중대시기에 도달했다”며 수학, 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인적·물적 투자 결과 지난해 기준 중국은 6만8720개의 국제특허를 취득해 미국의 5만9230개를 넘어섰다.

◇개발윤리 논란…연구 신뢰도에도 악영향 = 이 같은 중국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때론 ‘무분별한 개발’ ‘군사를 위한 개발’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한다. 중국 상하이해군의대 연구진은 지난 6월 16일 생명과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암수 쥐의 조직을 봉합하고 수컷에게 자궁을 이식해 새끼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해 해외는 물론 자국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4월엔 미국 소크연구소와 중국 쿤밍(昆明)이공대 합동 연구진이 사람의 줄기세포를 원숭이의 배아에 이식해 키우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허젠쿠이(賀建奎)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역시 국제과학계의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한 협조 거부 논란, 내부의 부패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중국 과학자들의 성과가 해외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우주개발 투자회사 ‘항천투자’의 장타오(張陶·57) 회장이 자신의 국제우주항행과학원(IAA) 원사 추천을 거부한 이 분야의 석학 왕진녠(王晉年·55)과 우메이룽(吳美蓉·85)을 식사 도중 폭행하는 사건이 터져 중국 학계의 이미지가 추락하기도 했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