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61세에 첫 인기 교향곡 발표… 늦게 꽃피운 ‘獨 낭만음악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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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브루쿠너

16세 집안 어려워 교사의 길로
31세 꿈꿔온 전업 음악가 공부

정통교향곡 형태와 다르다며
온힘 쏟아부은 작품마다 혹평

1885년 7번째 교향곡에 열광
前作까지 재평가 부·명예 얻어

“내가 네 나이였으면….”

우리나라엔 유독 나이에 관한 말이 많다. 그러나 과연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늦은 나이란 존재할까? 엘리트 교육이 당연시되고 유독 신동이 많은 음악사 중에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독일 후기 낭만 음악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안톤 브루크너(1824~1896)다.

브루크너는 1824년 9월 4일, 오스트리아의 시골마을 안스펠덴에서 가난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4세 무렵부터 교사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아버지에게 음악수업을 받으며 기초를 닦았고 11세엔 이미 안스펠덴 성당의 오르간을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나이 13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성 플로리안 수도원의 부속 초등학교로 보내진다. 브루크너는 그곳에서 합창단원으로 노래하며 오르간과 피아노, 바이올린과 음악 이론을 배우며 음악가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소심했던 브루크너는 자신의 재능으로는 음악가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대신 교사가 되기 위해 16세가 되던 해 린츠에 있는 교원양성소에 입학한다. 21세가 되던 1835년, 교원 시험에 합격한 브루크너는 자신이 유년시절 몸담았던 성 플로리안 수도원의 보조교사로 취업했고 교원시험 준비 중에도 음악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에 브루크너는 수도원의 오르가니스트로도 겸직할 수 있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뒤, 31세의 브루크너는 마침내 린츠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취임하며 늘 꿈꿔 왔던 전업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활발한 창작의 길이 아닌 배움의 길이었다. 31세의 늦은 나이, 부지런히 경력을 쌓아나가도 모자랄 시기임에도, 그는 배움을 청하기 위해 빈 음악원의 교수 지몬 제히터를 찾아간다. 브루크너의 열정과 재능에 감동한 제히터는 기꺼이 그에게 대위법과 화성학을 가르쳐 줬고 그 수업은 무려 6년간이나 이어졌다. 그의 나이는 이미 37세였지만 학구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린츠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오토 키츨러를 찾아가 그에게서 관현악의 작곡을 위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배웠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868년, 브루크너는 그의 스승 제히터의 뒤를 이을 후임으로 빈 음악원의 교수로 당당히 취임하게 된다. 이때 그의 나이 44세, 이때부터 자신의 온 에너지를 교향곡을 작곡하는 데 쏟았지만 그의 교향곡들은 흥행을 이끌지 못했고 내놓는 족족 혹평이 뒤따랐다. 정통적인 독일 교향곡의 형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885년 그의 7번째 교향곡이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됐을 때 마침내 모든 관객과 언론 심지어 안티 팬들마저도 그의 교향곡에 열광했다. 그의 나이 61세에 거둔 인생 최초의 성공이었다. 이로 인해 그의 이전 작품들도 재평가받기 시작했고 부와 명예 또한 거머쥐게 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브루크너의 출세작이자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1881년 작곡을 시작해 1883년 완성했다. 1884년 라이프치히 오페라 극장에서 아르투르 니키시의 지휘로 초연됐으며 1885년 한 차례 개정돼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2세에게 헌정됐다.

특히 ‘매우 엄숙하고 느리게’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는 2악장 ‘아다지오’는 브루크너가 평생 존경하던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작곡했다. 교향곡 4번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교향곡으로 선율의 풍성함과 숭고한 분위기, 서정적인 아름다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