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상인들 “감염이 아니라 굶어서 죽을판”

부산도 오늘부터 4단계 격상
해변에 물놀이 용품들만 가득
“피크철인데 망하기 일보 직전”

부산 = 김기현 기자

“코로나19에 감염돼 죽는 게 아니라 이젠 장사가 안 돼 굶어 죽겠네요. 안 그래도 망하기 일보 직전인데 4단계는 사상 처음이라 너무 불안합니다.”

부산에서 첫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10일 0시)을 몇 시간 앞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연중 최고 휴가철인데도 9일 오후 8시 부산아쿠아리움 앞 백사장에서는 피서객과 시민 등 수백 명이 나와 밤바다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정도였다.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해수욕장 폐장과 물놀이 편의시설 운영중단, 입수금지 팻말이 크게 붙어 있고, 곳곳에 아직 치우지 못한 물놀이 용품만 잔뜩 쌓여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구남로 상가거리와 광장으로 진입하자 4단계로 가기 전 마지막 밤을 즐기려는 듯 각종 음식점을 찾는 손님과 행인들이 제법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불고기집을 운영하는 강모(61) 씨는 “지금이 연중 가장 손님이 많았던 피크철인데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손님이 40% 이상 줄어들었다”며 “거리두기 강화로 내일부터 손님을 2명까지만 받게 되면 망해서 죽으라는 얘기”라고 원망했다.

치킨집을 하는 50대 김모 씨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인데 코로나19가 지난해 2월 부산에서 발생한 지 1년 6개월 만에 4단계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인근 해물탕집의 한 종업원은 “최근 부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해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우리는 주로 가족 단위 손님들인데 내일부터 2인까지만 받으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구남로 대형 상가 지역과 인근 해운대시장 등에서는 각종 식당, 카페, 호프집, 간이 철학관, 놀이 이벤트장 등에 연인, 가족 중심으로 거리를 오가던 행인과 손님들도 영업 제한시간인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썰물처럼 빠져나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주변 호텔 등에서도 휴가철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린 여행객들의 예약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1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함으로써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이전에는 4인, 오후 6시 이후부터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부산 시내 7개 해수욕장 전부가 폐장한 가운데 행사와 집회(1인시위 제외)는 금지되고, 대부분의 다중이용 시설은 오후 10시 이후 운영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