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물가에 부채위기까지… 中경제 ‘퍼펙트 스톰’ 몰아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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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코노미

3분기 성장률 4.9%로 급락에
10월 소비자물가 15.4% 급등
헝다 등 기업부채 문제도 심각

당국은 경기부양책 고민하지만
전력난·기업 부실 심화될 우려

저성장에 글로벌 공급망 위축땐
中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도 타격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10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직장인 리(李) 씨는 중국 당국의 부동산시장 규제에 걱정이 많다.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부동산세가 신설되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려 이를 만회하려 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리 씨는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좋겠지만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전기료와 난방비도 오를 것 같고 식자재값도 오른다고 해서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해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이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선언하고 다음 단계인 ‘공동부유(共同富裕)’로 나아가겠다고 공약했지만, 대다수 서민의 걱정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의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나온 전력난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자물가지수(PPI) 급등, ‘헝다(恒大)그룹’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시장 동요 및 기업의 부채위기까지 중국 경제에도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까지 내려앉은 충격이 더해지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거론되지만, 中 당국의 경기부양책은 지지부진 = 먼저 중국의 물가 상승세가 만만찮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0.7% 급등했는데,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1996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석탄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지방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전력 공급을 강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10월 26일 발표된 ‘농산물 도매가격 200지수’와 ‘장바구니 제품 도매가격 200지수’는 전월보다 각각 13.4%, 15.4%나 상승했다. 폭우 등 기상이변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이동제한 조치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가격 폭등에 일조했다.

GDP 성장률 둔화세에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도 있다.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9%로, 이는 시장 전망치인 5%도 넘지 못한 ‘충격적’ 수치였다. 문제는 이 같은 둔화세가 최소 반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헝다그룹 사태로 부각된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과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향후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게 오히려 전력난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과다 팽창과 기업·가계 채무 급증, 에너지 부족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중국 경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위험 요소인데, 중국 당국으로선 부실 및 부패가 많은 부동산 기업을 적극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분석기관 오토너머스 리서치의 샬린 추 수석연구원은 “지금 중국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인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일단 낙관 전망하지만 해외는 우려의 시선 = 중국 당국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경제담당 부총리는 지난 10월 19일 열린 금융포럼 서면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강한 회복력을 가진 매우 큰 경제 체제”라면서 “중국 경제의 회복력은 시장 주체의 경쟁력, 경제구조의 견실함, 개혁·개방이란 올바른 정책, 거대 내수시장, 인민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6% 이상)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강(易綱) 중국 런민(人民)은행장도 10월 17일 주요 30개국(G30) 국제은행 토론회에서 “헝다 위기는 억제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정반대다. 저우신 블룸버그통신 애널리스트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는 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원하지만 지방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지역 부동산을 더 많이 팔아 돈을 쌓기를 원한다”며 “타협점을 잘 찾는 중국이지만 당장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장이 여의치 않다면 앞으로 추진하는 ‘공동부유’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헬렌 차오도 “공급자 측에 가해진 전력난 충격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3∼4%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中 경제성장 둔화, 韓에도 악영향 미칠 가능성 =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중국만이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충격을 벗어나려는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공급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고, 각국의 물가상승과도 연동돼 있다.

실제로 단열 생수병 제조사 ‘심플모던’의 마이클 모던 CEO는 최근 중국 저장(浙江)성에 위치한 공장이 당국으로부터 통상보다 이틀 줄어든 주 4회만 가동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용기 부족은 음료품의 공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 미국 소매상품 가격이 최고 1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섬유와 기계 부품 분야도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국 중국 경제성장 둔화가 주요국 물가상승 및 경제성장 지체로 이어질 수 있고, 중국 경제와 깊이 연관돼 있는 한국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도 “계량모형 분석 결과 중국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질 경우 국내 성장률이 0.1∼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