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 ‘내 얼굴’ 알아본다… ‘생체인식’ 기술 속속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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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60, 키 없이 잠금 해제… 최대 2명 인식
변속기 앞 지문인식기에 엄지손가락 갖다 대면 시동

운전자 뇌파·동공까지 관찰, 이상주행 땐 즉시 경고
의식 잃으면 車 스스로 갓길에 정차한 뒤 구호 요청

‘생체인식’ 기술이 자동차를 통째로 바꿔 놓을 전망이다. 단순히 자동차 키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운전자와 교감하고 사고 발생을 막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구현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키를 넘어서” = 8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문인식, 얼굴인식 등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출시가 속속 늘고 있다. 자동차 자체가 지능형 차량으로 진화하면서 보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제네시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GV60’에는 얼굴인식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현대차가 업계 처음으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데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한 ‘중국형 싼타페’를 출시한 지 약 3년 만이다. GV60는 이번 4분기 중에 전 세계 시장에 본격 시판된다.

지난 3일 GV60 차량을 시승해 본 결과, 스마트 키가 필요 없었다. 문 손잡이를 만진 뒤 앞차 차창 옆 기둥(B필러)에 위치한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하자 잠금장치가 철컥 열렸다. 시동이 꺼진 상태여서 부팅을 하는 데 한참 걸릴 것으로 걱정했는데, 불과 2초도 안 돼 전원이 들어오고 얼굴을 인식했다. 변속기 앞에 설치된 지문인식기에 엄지손가락을 갖다 대자 시동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얼굴인식과 지문인식을 이중으로 거치도록 했다. 아쉽게도 한낮이어서 캄캄한 밤에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지는 시험해보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근적외선 카메라’ 방식을 적용해 야간에도 우수한 인식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GV60는 기존 광학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와 모니터로 이뤄진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뒀는데, 실제 체험해 보니 사각지대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대신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면 화면의 주황색과 붉은색 선 표시를 기준으로 옆 차선 후방 차량을 확인하고, 위험할 경우에는 경고 신호가 켜져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차량용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를 공개하면서 얼굴인식 등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를 오는 2023년부터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얼티파이는 GM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으로 스마트폰, 디지털홈 등과 연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맞춤형·지능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전자와 교감 확대 ‘속속’ = 뇌파를 측정해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고 졸음운전 등을 경고하는 기술도 조만간 상용화된다. 현대모비스는 뇌파를 측정해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 ‘엠브레인’을 개발해 경기도 공공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생체신호 중 최고난도 영역으로 알려진 뇌파 측정 기술을 자동차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참고로 엠브레인은 운전자가 이어폰 형태의 센서를 착용하면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확인하고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주의력, 피로도, 스트레스 정도를 점검하고 안전사고 예방 경고 등을 전달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졸음운전 등이 우려되는 뇌파가 발생하면 발광다이오드(LED) 점등이나 진동 시트, 스피커 등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를 경고한다”고 말했다.

동공 상태로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운전자 상태 경고 시스템(DSW)’ 기술은 이미 상용차를 중심으로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DSW는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지 않을 때 경고를 전달하는 기능으로, 얼굴의 방향과 눈 감김의 정도만 인지하던 기존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해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지원한다. 단순히 눈꺼풀의 움직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홍채 안쪽 동공의 활동을 관찰한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해당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속속 상용차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술은 동공과 얼굴 방향으로 파악한 운전자의 상태 정보를 차의 속도, 기어 조작 각도 등의 정보와 종합해 분석한다. 차선 이탈이나 침범 위험 등을 미리 감지하고 경고등과 경보음, 진동 등으로 주의를 환기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앞으로 자율주행과 맞물려 더 큰 상승효과(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운전자가 불의의 심정지 사태를 겪게 되면 자동차는 스스로 갓길로 벗어나 구조 요청을 하거나 인근 병원 응급실로 호송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는 자동차 출입이나 시동 등의 기능에 국한돼 있지만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등이 상용화되는 미래에는 이러한 개인화 기능은 나를 알아봐 주는 자동차, 내가 원하는 시스템과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차로 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