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3대 총선 첫 출마해 재선 金 꺾어…金, 20대 총선 공천권 휘두르며 李 컷오프

■ Leadership 클래스… 이해찬-김종인의 악연

내년 대선은 굵직한 선거마다 당의 간판으로 전장을 누볐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두 백전노장의 마지막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은 1940년생으로 올해 81세 고령이고, 1952년생인 이 전 대표 또한 건강 등의 이유로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만 11·12대 재선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의 첫 번째 지역구 출마였다. 평화민주당은 재야 운동권 출신 이 전 대표 공천으로 맞불을 놨다. 3선을 노리는 당시 집권 여당 거물 정치인과 36세 청년 정치인의 맞대결은 결국 이 전 대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민주당 한 원로는 “당시 김 전 위원장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운동권에선 나름 저명했지만, 여의도에선 신인이었던 이 전 대표의 화려한 등장이었다”고 회상했다.

2016년 두 사람은 문재인 당시 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다시 만난다.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당시 문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한 뒤 20대 총선 공천 전권을 준다. 김 전 위원장은 친노(친노무현)와 친문 색채가 강했던 이 전 대표를 컷오프시키는 초강수를 뒀고 이 전 대표는 이에 반발, 세종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의 이 전 대표 공천 배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1당에 올랐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관계가 끝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3월 민주당을 떠났고, 생환 후 복당한 이 전 대표는 2018년 당 대표에 오른다.

두 사람의 권위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3대부터 20대까지 18대 국회를 제외하고 모두 당선된 7선의 국회의원 출신이다. 1988년 김대중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4년엔 국무총리를 맡았다. 당시 ‘실세총리’라고 불릴 정도로 국정 전반에 깊게 관여했다. 당에서도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은 크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밑그림을 그렸고, 2018년엔 민주당 대표에 올랐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인 김 전 위원장은 1973년 불과 33세의 나이로 서강대 경제학과 조교수에 임용되는 등 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했고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는 등 행정가와 정치가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 5선을 지낸 특이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