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만 앞세웠던 李… 당정 갈등에 독단·불안 이미지 자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국시리즈 관람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고척돔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위기감에 재난지원금 철회

변화·쇄신 이미지 심기에 급급
내부서도 자성의 목소리 나와
가상화폐 과세·국토보유세 등
밀어붙이면 또 논란 불거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철회하자 당 안팎에선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정 갈등만 유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후보 선출 이후 41일간 강점으로 꼽히는 강력한 추진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독단적이고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국토보유세 도입과 3대 기본시리즈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 때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9일 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내년으로 이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해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준 이 후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18일)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당 차원에서도 이를 공식화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재정 상황은 무시한 채 “기획재정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강하게 정부와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갈등 유발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추진력을 앞세워 변화와 쇄신 이미지를 심으려다가 오히려 독단적이고 불안한 후보라는 인식만 줬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회군’을 놓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며 옹호했다. 박용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의견이 있으면 그에 따라서 의견을 반영하고 수정하는 것이 좋은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이 후보가 유연하고 실용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상화폐 과세 유예, 국토보유세 도입, 기본소득 등 찬반이 팽팽한 현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또다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선대위와의 호흡도 여전히 문제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8번째 공약으로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약속하며 “영아살해죄, 영아유기죄를 폐지해 보통 살해, 유기죄와 같게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아동학대와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소확행’ 공약으로 발표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단독 플레이를 선대위가 전혀 제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 주 인재영입과 1호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부진 탈출의 시동을 건다. 지지율 정체 극복을 위한 핵심 그룹 ‘7인회’ 역할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