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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3일(火)
변웅필 ‘SOMEONE’, 자신을 보게 하는 ‘스며듦의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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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웅필 초대전 포스터.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  변웅필 초대전 ‘SOMEONE’ 전시장 전경.
▲  변웅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라운지’ 초대전
12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간 신작 70여 점 선보여


‘인물 정물화’가 가능한가? 변웅필 작가의 신작전 ‘SOMEONE’은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림 형식에 대한 질문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스스로 답을 구하도록 이끈다.

정물화(靜物畵)는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화폭에 담는 그림이다. 그 대상은 과일, 꽃, 채소, 도자기, 유리잔, 식기, 커튼 등이다. 사람과 동물이 그 배경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변웅필의 그림에선 사람이 주인공인데, 정물화의 느낌을 준다. 그에 대해 예술인문학자 이동섭은 이렇게 갈파했다.

“변웅필의 누군가(‘SOMEONE’)는 아무도 아니니, 모두가 될 수 있다. … 이것은 추상화인가? 초상적 추상화인가? 추상적 초상화인가? 아니다. 이것은 정물화다. 과거의 정물화가 화병과 꽃, 과일과 식물 등을 통해 자연을 묘사하거나 도덕적 메시지를 은유했다면, 변웅필은 사람을 소재로 빛과 색의 본질적인 감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인물은 색을 칠할 수 있는 공간과 면적이고, 작가가 직접 조합해낸 독창적인 색들로 그곳을 아주 섬세한 붓질로 채워 그만의 세련된 감각을 구축해낸다.”

변웅필 초대전은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 2곳에서 오는 12월 1일 개막한다. 작가가 서울에서 4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한 달 동안 7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외 현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빼어난 안목을 과시해 온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가 기획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변웅필은 그림을 보는 이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원한다. 그러나 그 메시지의 드러남은 최대한 절제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림에 내재한 메시지를 보는 이가 자유롭게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 작가는 화면 위에 등장하는 인물의 형체와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으로만 표현했다. 혼자 혹은 두 명의 사람이 머리를 만지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의 동작을 취하고 있다. 눈과 입의 선들로 만든 표정으로 인물의 기분과 성별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상황을 연출하는지는 상상력에 의존해야 한다.

변웅필의 그림은 보는 이의 직관적 감성으로 매번 새롭게 태어난다. 그 어떤 미술사적 유행을 좇거나 동경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기 내면 보기에 집중한 결과이다. 김 대표는 “변웅필이 인물의 ‘내면적 초상’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는 이방인으로서 지내야만 했던 긴 유학생활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던 유학 시절의 감성적 결핍이 오늘의 그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변웅필은 동국대 서양화과를 거쳐 독일 뮌스터미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와 마이스터 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현지에서 작가 활동을 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11년간 이방인으로서 보내야 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15년이 넘는 지금까지 ‘인간 내면읽기’를 지속해가는 것은 힘겨운 삶에 대한 위로 방식이라는 게 김 대표의 해석이다.

변웅필의 초창기 작품들은 자화상에 중점을 뒀다. 민머리를 한 자신의 얼굴을 짓궂은 놀이를 즐기듯 이리저리 일그러트리거나, 사과나 복숭아 혹은 꽃과 이파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으로 그렸다.

그 이후엔 자화상을 벗어나,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듯 인물을 표현해가고 있다. 특히 일상의 풍경이나 정물을 대하는 듯, 단막극처럼 펼쳐지는 중성적인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전하고 있다.

최근 그의 작품 제목들은 대개 ‘SOMEONE’으로 표기된다. ‘누군가’ 혹은 ‘어떤 사람’을 표현한 것으로, 불필요한 감정표현을 최대한 배제했던 초기 자화상의 연장선이다. 형식은 진화하지만, 그 메시지의 내용은 같다.

개성을 배제한 인물의 모습으로 일반적인 선입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객관적 시선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작업방식은 좀 더 가벼워진 드로잉 기법처럼 보이지만, 재료와 제작과정은 동일하다. 인물을 표현한 선묘들은 그린 것이 아니라, 밑 색이 보이도록 남겨진 결과이다. 여백의 선으로 형상의 단순미를 찾아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누군가를 그려놓은 그림을 통해 그 ‘누군가’의 한 사람인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누군가의 자녀이거나 남편 혹은 아내, 부모, 형제, 친구 등의 관계를 떠나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 그게 변웅필의 ‘SOMEONE’이지만, 그 메시지는 직접적이지 않다. 그림으로 가만히 들어가야 자신이 보이는 ‘스며듦의 미감’을 선사한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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