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비극’ 베탕쿠르, 20년만에 대선 재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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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피플

반군에 납치 → 6년만의 탈출

콜롬비아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돼 6년간 인질로 잡혀 있다 풀려난 잉그리드 베탕쿠르(60·사진) 전 상원의원이 오는 5월 29일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200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베탕쿠르의 대통령직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아마존 밀림에서 참혹한 인질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했던 그는 좌파 포퓰리스트 후보가 여론몰이를 하는 가운데 “세대 간 화해”를 상징하는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녹색산소당 소속의 베탕쿠르는 이날 보고타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확히 20년 전 나는 대선 후보로 납치됐고, 오늘날 내가 시작한 것을 끝내러 왔다. 콜롬비아는 진로를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 이야기는 모든 콜롬비아인의 이야기”라며 자신의 삶이 52년 내전 그 자체며, 그 이후 고도로 양극화된 국가를 단결시킬 힘이라고 주장했다. 전체 인구가 5100만 명 정도인 콜롬비아에선 900만 명이 정부에 내전 피해자로 등록돼 있다.

1994년 하원의원, 1998년 상원의원을 지낸 베탕쿠르는 2002년 환경 보호, 부패 척결 등을 내세워 대선에 출마했지만, 산비센테 델 카구안 지방에서 유세하던 도중 인질로 붙잡혔다. 음식을 빼앗기고 목에 쇠사슬이 묶이는 등 잔혹하게 억류돼 있던 그는 2008년 정부에 의해 다른 14명의 인질과 함께 극적으로 구조됐다. 2010년 정부를 상대로 68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가 비판에 휩싸여 프랑스로 떠난 후, 정계 복귀를 위해 귀국한 것이 지난해다. 이번 콜롬비아 대선에는 20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하며 난립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좌파 성향의 포퓰리스트인 구스타보 페트로 전 보고타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