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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7일(木)
‘쿠데타 1년’ 미얀마 투사가 보낸 편지…“봄의 혁명, 포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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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미얀마 시민방위군 대원들이 군부와의 교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기동훈련 뒤 대원들이 총을 머리 위로 들고 행군하는 모습. 오른쪽 작은 사진은 식사를 하고 있는 ‘열목어 게릴라’ 대원들. 시민방위군 제공
■ 글로벌 포커스

“쿠데타 이후 투쟁을 시작하자 군부가 제 가게를 파괴했고, 그 후로 도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소식이 끊긴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미얀마 시민방위군 리더인 보미빠(42·가명)는 지난해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삶의 모든 것을 잃었다.

군부가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총과 탱크를 앞세워 국민이 뽑은 민주정부로부터 정권을 빼앗자 그는 평범한 ‘시민’에서 ‘투사’가 됐다. 보미빠는 “현재 미얀마는 무법 상태”라며 “하루아침에 감옥에 끌려가 산송장이 돼 나오는 동료들을 보며 끝없는 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유·평화·평등·정의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봄의 혁명’을 이룰 것”이라면서 뜨거운 마음을 토해냈다.

문화일보는 미얀마 현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자 보미빠를 비롯한 현지 민주화 운동가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이를 편지로 재구성했다.‘자유를 위한 투쟁의 선배’격인 한국 독자들에게 ‘미얀마 투사들에게서 온 편지’를 전한다.


#편지 1. “어린 아이들 총 든 현실, 개탄스러워”

소수민족 교사 아웅 “접경지역 최전선에서 첩보활동 벌여…영화 ‘택시운전사’ 감명 깊게 시청”

카친주에서 시민방위군으로 활동 중인 소수민족 카친족 출신 아웅(31·가명)입니다. 저는 현재 쿠데타 세력과의 교전을 위해 전선과 가까운 주둔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민 방위군과 쿠데타 세력 간 전선 상황은 상당히 과열돼 있습니다. 우리 작전지역 내에서도 최근 양측(시민방위군과 쿠데타 세력 병력)이 충돌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는 추세고, 그때마다 총격과 중화기 발포를 동반한 교전이 벌어집니다.

한국도 과거 군부독재를 겪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감명 깊게 봤고, 이후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심이 생겨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검색해봤습니다. 그때 한국과 미얀마가 비슷한 역사적 진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지 의식을 느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얀마 역시 학생들이 민주화 투쟁을 벌였고 우리는 이를 8888항쟁이라 부릅니다. 한국은 이후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군부독재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미얀마가 한국의 민주화 사례를 잘 연구해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얀마 ‘봄의 혁명’의 가장 큰 문제점은 10∼20대 청년들이 죄다 무장투쟁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제때 교육받아 더 큰 꿈을 펼쳐야 할 어린아이들이 총을 들고 밀림을 헤치고 다니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교육시스템도 붕괴해 미얀마 공교육은 1년가량 중단된 상황입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죠. 한 사람의 과욕으로 모든 기회를 상실한 아이들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쿠데타 전 카친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이었습니다. 혁명이 끝나면 저는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혁명에 참여한 이유도 교사로서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였습니다. 남은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 나라 미얀마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특히, 우리는 한국 국민이 보내준 심적 응원과 물질적 지원을 어깨에 짊어지고 승리의 날까지 굳건히 나아가겠습니다.


#편지 2. “투쟁 끝나면 자유롭게 새로운 꿈 찾을 것”

야학 교사 테 “배고픔 시달리며 야학서 학생 가르쳐…한국 민주화 보며 미얀마 자유 꿈꿔”

한국-미얀마어 통역사이자 야학 교사 테(28·가명)입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제 아침은 늘 불안과 함께 시작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옆집 이웃이 군부에 체포당하고, 전투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때마다 우울감이 절 덮칩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지역이 점점 많아지고, 전기가 자주 나가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시민들은 배를 곯습니다.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로 80%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를 못 다녀 저는 요즘 야학 교사로 학생들에게 무료 수업을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번 쿠데타를 직접 겪으며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투사분들을 그려봅니다. 너무 힘들고 희망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한국의 투사들이 본인 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움켜쥔 걸 바라보며 우리도 언젠간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사실 투쟁이 장기화하면서 미얀마 내부에서도 분열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장 음식이 없으니 투쟁을 포기하거나 생계유지에 집중하게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다렸지만, 요즘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서 찾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민족통합정부와 시민방위군들, 국민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최대한 빨리 이번 사태를 끝내기 위해 노력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년간 꿈과 자유, 그리고 희망을 잃었습니다. 이번 투쟁이 끝나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 새로운 꿈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특히 미얀마 발전을 위해 인재가 많이 필요할 것이기에, 해외에서 배워온 지식을 조국 미얀마를 다시 세우는 데 쓰고 싶습니다.


#편지 3. “개천에서 물고기 잡아먹으며 무장투쟁”

게릴라 대원 메기 “식량이 없어 개천에서 물고기 잡아먹으며 버텨…밀정 처단하는 게릴라 투쟁 중”

저는 미얀마 중부 마궤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시민방위군 ‘열목어 게릴라’ 소속 대원 ‘메기(27·가명)’ 중위입니다. 저희 부대 이름이 좀 특이하지요. 동지와 처음 무장투쟁을 시작하는데 식량이 없어 다들 쫄쫄 굶으며 지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버텼는데 제일 많이 잡히던 게 ‘열목어’였습니다. 질릴 정도로 열목어를 먹었고 그 참에 부대 이름에도 물고기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카렌민족동맹 제6여단 지역인 레이께이꺼에서 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을 마친 뒤 내 고향을 군부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지키자는 마음을 먹고 바로 귀향해 동료들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마궤주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활동하며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활동하기가 매우 엄혹한 상황입니다. 저희가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인 먀잉, 간거에도 쿠데타 세력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공세를 펼치며 전선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저희 부대원 중 군부에 체포된 이가 있는데 현재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무장투쟁을 하는 청년이 있으면 군부 세력은 집을 찾아가 불을 질러 보복하거나 부모를 인질 삼아 연행합니다. 이 모든 게 첩자들 때문이죠. 저희는 군부와 화력 차이가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전을 하지는 못합니다. 소수정예로 치고 빠지는 작전을 주로 활용하는데, 한 번은 첩자의 밀고로 퇴로가 차단돼 15분 정도 고립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군부 세력을 추종하는 편의대(쿠데타 세력이 무장시킨 민간인 조직)와 사복경찰, 밀정을 처단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봄의 혁명’을 치르는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 못지않은 열망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봄의 혁명’이 승리할 때까지 제가 운이 좋아 숨이 붙어 있다면 어머니,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살 겁니다. 그리고 고향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애인과 결혼해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 이 기사는 최진배 미얀마 투데이 대표, 미얀마 민주진영 민족통합정부(NUG) 한국 대표부, 최영준 한·미얀마연구회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정리 =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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