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위 원로들까지 “편파 논란 없게 하라” 경고한 현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시작됐지만, 주요 후보 지지율이 여론조사의 오차한계 안에 있을 정도로 초박빙 상황인 만큼 앞으로 3주 동안 정치적 혈투가 예상된다. 그만큼 정부의 공명선거 의지, 공식 심판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중립내각 요구를 거부했고, 선관위에는 야당 추천 위원이 전혀 없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역대 선거관리를 책임졌던 원로 인사들이 선관위를 찾아 이런 편파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는 초유의 일도 있었다. 이기선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선관위 원로들은 지난 8일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을 만나 “선거 문구 허용 여부를 놓고 편파 논란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선거법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관위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당이 요청한 ‘내로남불’문구는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고 금지하면서, TBS의 ‘#1합시다’캠페인은 허용하는 등 편파 논란을 지적했다고 한다. 또, 2020년 4·15 총선 때 불거진 사전투표 조작 의혹으로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 사전투표 거부 운동이 벌어지는 현실도 전했다.

이런 걱정은 단순한 기우(杞憂)가 아니다. 선관위를 총괄하는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위원도 없다. 문 캠프 특보 출신인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을 시도하다가 2900여 선관위 직원의 집단 반발로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노 선관위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 주심을 맡았다. 서울시선관위원장인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서울시선관위는 야당 부대변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러 “이재명 후보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졌다고 한다. 공명선거가 위기에 처했다. 관권선거 감시에 국민이 나서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