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ICBM 도발 조짐…文 5년 ‘동맹 균열’ 해소할 출발점

정권교체 시기를 틈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수순에 돌입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 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게 현대적으로 개건·확장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 개발용으로 가장한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한 데 이어 김정은의 ICBM 관련 행보까지 공개한 것은 조만간 도발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다.

윤석열 후보 당선 직후 김정은이 ICBM 카드를 꺼낸 것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파산을 상징한다. 지난 5년간 북한의 가짜 비핵화 쇼에 현혹돼 끌려다니는 바람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 커진 반면, 한미동맹의 균열은 심각해졌다. 그래서 한·미 군 당국이 11일 “북한의 두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는 우주 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ICBM 시험 발사”로 규정하며 함께 규탄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던 국방부가 입장을 180도 바꾼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확정 후 5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일찍 통화를 한 것은 북한의 위협 상황에서 동맹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미 국무부는 “윤 당선인과 협력의 최우선 순위는 북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라는 입장을 냈고, 재무부는 ICBM 관련 대북 제재 발표를 예고했다. ‘원칙 있는 대응’을 견지하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조짐이 좋아 보인다”며 연합훈련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의 기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동맹 갈등을 청산하고 윤석열 시대 동맹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ICBM 도발을 재개한다면, 레드라인을 넘는 사태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계기는 물론, 한미동맹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