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정권 수립 vs 발트 3국 등 확전 vs 러軍 완전 철수 … 예측불가

■ 글로벌 포커스

러-우크라 충돌 어떻게 끝날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주째 접어들고, 양국 간 평화협상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 전쟁이 어떻게 종결될지로 옮겨 가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기반해 5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로 거론되는 것은 러시아가 드니프로 강까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부분적으로 장악하고, 궁극적으로는 수도인 키이우(키예프)까지 점령해 친(親)러 괴뢰 정권을 수립한다는 유라시아그룹의 예측이다. 미 비영리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의 스콧 보스턴 연구원은 “러시아군의 전투력은 아직 상당하다”면서 대치 상황이 장기화할 확률이 크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부분 점령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그간 직접적인 병력 개입을 자제해 왔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단행, 망명정부를 꾸려 대항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벨라루스에 준하는 친러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서고, 이에 저항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이뤄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인들의 정체성을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망이 실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기반 싱크탱크인 헨리잭슨소사이어티의 타라스 쿠지오 연구원은 애틀랜틱카운슬에 보낸 기고에서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완전한 군사적 정복”이라면서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당시 권력을 박탈당하고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를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현재와 같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이 지속돼 친러 정권을 들이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러시아 전문가인 팀 애시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전략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은 공식적인 군사 대치가 끝난 이후에도 강하게 저항할 것이고, 실시간 언론 보도와 인터넷은 푸틴 대통령의 만행을 계속해서 폭로할 것”이라며 “나토 등으로부터 은밀하지만 동시에 매우 강력한 지원을 받는 대규모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대로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더라도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와 같이 상당한 인적, 재정적 손실을 볼 것이며, 이는 사실상 비용이 너무 크고, 달성할 가치가 없는 승리라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폴란드, 루마니아, 발트 3국 등 유럽연합(EU) 소속 인접국으로 확전할 우려와 관련, “동유럽에 새로운 철의 장막이 드리워진다”는 것이 네 번째 가능성이다. 30여 년 전 냉전 때와 같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등을 기점으로 유럽에 2개의 지정학적 블록이 형성돼 말 그대로 신(新)냉전 체제가 수립된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나토와 직접 충돌하는 대신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캠페인, 테러 등 간접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 싱크탱크 독일마셜기금의 바르샤바 사무소를 운영하는 미할 바라노스키 사무국장은 “안전벨트를 매라. 키이우의 정권을 교체하려는 푸틴의 욕망은 동부의 나토 회원국, 더 나아가 유럽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어떠한 규모의 괴뢰 정부도 수립되지 않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경제 붕괴, 외교적 고립 등 침공에 따른 대가를 푸틴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데서 나온 낙관론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러시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이 애틀랜틱카운슬의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