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전동화 바람… 빨라지는 전기차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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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로이트 25개국 소비자 대상 ‘자동차 구매 트렌드’ 조사

韓 58% “다음 차로 전동화 차량”
中 40%·美 27% 대비 높은 선호

연료비 등 경제적 이유 큰 작용
10만㎞ 주행 유지비 비교하면
전기차 490만원·내연 1930만원

높은 초기 구매 비용은 부담
부족한 충전 인프라 개선 필요

‘나의 넥스트 카(다음 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이 전기차 전성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약 2명 중 1명은 넥스트 카로 전동화 차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2만2050원) 안팎을 넘나들고, 연료비·유지비 등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전기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2명 중 1명은 전동화 모델 선호” = 11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전 세계 25개국, 2만6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2022 자동차 소비 트렌드’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넥스트 카로 순수 전기차를 고려하는 비중은 23%에 달했다. 2위인 중국(17%)과 3위인 독일(15%)을 웃돌았다. 반대로 내연기관차를 고려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37%로 가장 낮았다. 미국 69%, 동남아 66%, 중국과 인도 각각 58%, 독일 49%, 일본 39% 등 순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58%는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과 같은 전동화 차량을 넥스트 카로 고려했다. 전동화 차량에 대한 선호도는 일본 59%, 독일 45%, 중국 40%, 인도 36%, 동남아시아 31%, 미국 27% 순으로 조사돼, 국내는 일본과 함께 전동화 바람이 거센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국내에서 유독 전기차 선호도가 높은 배경에는 연료비·유지비 절감과 같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고려가 컸다. 국내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결정 요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료비 절감, 기후 변화 우려 및 탄소배출 감축, 차량 유지 및 수리비 절감, 더 나은 차량 운전 경험, 정부 보조금 및 지원 제도 등의 순으로 높게 작용했다.

◇“전기차, 주행 유지비 4분의 1 수준” = 주행 유지비(연료·엔진오일 사용 기준)를 비교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약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문화일보가 현대자동차 자문을 받아 내연기관차인 ‘싼타페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인 ‘싼타페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주행 유지비를 비교해 봤다. 연료비는 휘발유 ℓ당 2000원·kwh당 250원, 엔진오일 교체 비용은 1만㎞당 8만 원을 적용했다. 이럴 경우 1만㎞ 주행 유지비는 각각 193만1852원, 138만7190원, 49만196원으로 추산됐다. 10만㎞로 주행 유지비를 계산하면 각각 1931만8519원, 1387만1895원, 490만1961원인 것으로 계산됐다. 1만㎞를 달리나 10만㎞를 달리나 전기차 주행 유지비가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연간 부담해야 하는 자동차세를 비교하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싼타페 가솔린은 65만 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29만 원, 아이오닉5는 13만 원이었다.

영국 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가 지난 3월 공개한 ‘한국 탈내연기관 정책의 경제 환경 영향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는 자동차 수명을 13년으로 가정하고, 한국의 휘발유 및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중형 전기차와 휘발유 차의 연료비를 비교했다. 연간 1만5000㎞ 주행 시 13년간 전기차 충전 비용은 6507달러(약 795만 원)로 내연기관차 주유비(1만7191달러)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높은 가격대는 부담” =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평균값은 사상 처음으로 4000만 원대를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나 대형 SUV 차량, 수입차 판매 비중이 동시에 확대된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전기차 연간 판매 대수는 10만 대를 넘어섰고, 2021년 12월 기준 총 운행 대수는 총 23만 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플러그인 포함) 대수는 18만4000대에 달했다.

전기차는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차량 크기가 유사한 싼타페 가솔린·디젤 차종과 아이오닉5의 신차 판매 가격만 단순 비교(보조금 제외)하면 싼타페의 경우 3156만∼4321만 원으로 아이오닉5(4695만∼5755만 원)보다 훨씬 싸다. 전기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가격은 보통 2000만 원대를 웃돈다. 최근 들어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이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 등으로 급등하고 있어 배터리 가격 인하 속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상당하다”면서 “‘수리비 폭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비싼 수리비나 부족한 정비소, 열악한 충전 인프라 등과 같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