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환희의 봄, 좋은 것만 생각하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보연, 환희의 대지, 145×90㎝, 유화, 2020

반려묘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저녁이 돼서도 안 와 백방으로 수색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자연으로 돌아갔거나 무리를 따라갔으려니 하고 단념해야 했다. 그러다 여드렛날이 돼서야 돌아왔다. 온몸에 부상을 당하고도 제집을 찾아온 것이 기특했다. 다행히 큰 수술과 일주일의 입원을 거쳐 회복 중이다.

사립문 바깥은 어떤 야성이 군림하고 있는지 미처 다 알 순 없다. 바깥이 마냥 평온하지는 않지만, 이 계절만큼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다. ‘…4월에는 그냥 / 좋은 생각만 하며 살자. / 한철을 살다 가는 꽃들 / 저리도 해맑게 웃는데 / 한세상 살다 가는 나도 / 웃자 환하게 웃자.’(정연복 ‘4월의 노래’ 중)

물이 좋아 강가에 정착한 생태 화가 김보연. 산불들을 바라보며 인류에 경종을 울린 작가다. 자연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던 그도 이른 봄 파릇하게 돋아난 새싹들의 소생 앞에서 환희를 느낀다. 이 경건의 순간 어떻게 궂은 생각을 하겠는가. 지금은 좋은 것만 생각하자.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