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직시하게 해주는 아이들의 손편지… ‘사랑 바이러스’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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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감사편지’란
- 김제 만경여자중학교 이승리 교사

우리에게 편지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전달해 주는 소식통이다. 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부모님께 받았던 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말로 표현하진 않으셨지만, 종종 써주신 편지를 보고 내가 부모님의 아들이 맞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모님께 크게 혼날 때마다 혼자 서러운 생각을 하곤 했다. 스스로 혼돈을 겪고 있을 때 내 곁에는 편지가 있었다. 편지 덕분에 나는 크게 엇나가지 않았고, 교사가 됐다.

교직 생활을 하며 받고 싶지 않은 행운의 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아차’ 싶을 때가 있었다. 충고 아닌 듯한 충고로 가득한 아이들의 편지를 받았을 때다. 편지가 따끔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편지는 내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빠르고 단순하게 의사 전달만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문자 메시지, 이메일, 나아가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진 요즘이다. 그래서 그런지 편지지를 선택하고, 그 위에 내용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아날로그식’ 소통 방법은 어딘가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자, 이메일, SNS를 통한 소통은 손쉽고 간편하지만, 편지를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며 느끼는 설렘, 즐거움, 감동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는 감성은 느끼기 어렵다.

손편지에는 디지털 도구가 갖는 소통의 장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많은 사람이 손편지에 크게 감동하며 울고 웃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오늘날, 편지를 통해 우리에게 기다림의 여유와 추억이라는 울림, 설렘, 우편함을 보던 행복한 순간이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에서는 손편지를 달팽이 편지라고 부른다. 전달 속도가 달팽이 기어가듯 느린 것에 빗댄 말이다. 달팽이 편지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달팽이 편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함께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 중 사람들이 주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손편지만이 주는 설렘과 감동’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필터(스팸 메일로 분류)에 걸리지 않음’ ‘편지를 통한 바이러스(해킹 바이러스를 빗댄 표현으로 실제 현실상 바이러스도 포함)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들어간 편지에 바이러스가 담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손편지를 쓰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실은 바이러스를 핑계로 모든 이가 손편지에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에 억지를 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