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朴 회동, 보수 화합 넘어 ‘증오 정치’ 극복 계기 돼야

생존한 전·현 대통령과 당선인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4명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서로 정치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심각한 악연으로 얽매여 있고, 그런 상황이 ‘증오 정치’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12일 대구 달성군 사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었다. 두 사람 관계도 기구하다고 할 정도로 꼬여 있다. 윤 당선인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박 정권에 의해 좌천됐고, 부인 김건희 씨가 유산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와 반대로 2016년에는 윤 당선인이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윤·박 회동은 보수 정치세력의 화합이란 의미가 강하다. 윤 당선인은 “면목 없고 죄송하다”면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연금개혁 등의 정책은 계승하고 업적도 알리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 달라”고 덕담했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허락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보수 세력 내부에서도 박 전 대통령 평가나 탄핵 찬반 논란이 여전하지만, 사저 주변에서는 만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이날 회동이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들이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국민 분열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나란히 앉는다면, 최근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못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참이 아쉽지만, 그 자체로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물론 문 정권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수사·재판 중에 있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문제점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엄정한 사법적 행정적 처리가 아니라 정치 보복을 주고받는 듯한 빌미를 남기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