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총 출신 고용장관 파격 지명과 화급한 노동개혁 과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국무총리와 장관 18명)에 대한 지명이 14일 완료되고, 국회 인사청문회 및 국무총리 임명 동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인위적 안배 없이 전문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첫 내각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노조를 대변했던 활동가라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당시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정치인이던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해 토지개혁을 단행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

윤 당선인이 그를 발탁한 것은, 그만큼 노동개혁이 절실하지만 힘든 과제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개혁을 머뭇거리는 한 한국 경제에 총체적 위기가 온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후보 당시 “강성 귀족노조는 불평등 세상을 조장하고 일자리 창출을 막는 해악 세력”이라며 비판했는데, 올바른 인식이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 경기침체와 실업률 급증, 노조의 반복적인 임금 파업 등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었는데, 바세나르 협약으로 불리는 노사정 대타협을 끌어내 이후 재정 안정과 경제 고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당시 대타협 주도자가 빔 콕 노조총연맹 대표였다. 그는 후일 네덜란드의 총리를 지내기까지 했다. 국민과 윤 당선인이 노총 출신 고용장관 지명자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런 역할이다. 노총 대변인이 아니라 노동개혁의 책임자임을 깨닫고 21세기 노사 문화를 창출하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