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종잇조각 아닌 선생님의 사랑… 아이들도 과거의 나처럼 용기 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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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감사편지’란 - 수원 율현중학교 박은솔 교사

누군가가 나에게 왜 선생이 됐냐고 물을 때,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담임 선생님을 이야기하곤 한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생계에 전념하시던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사실 나는 학교가 재미없었다. 교우 관계도 좋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셨던 분이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다.

처음에는 나이 많은 남자 선생님이 무서웠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나의 선입견과는 다른 분이셨다. 작은 일기장에 적었던, 부모님께 차마 할 수 없었던 이야기와 고민, 학교생활의 힘든 점을 선생님께서 확인하고는 내게 손수 편지를 써주셨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맞이하자 예쁘게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편지를 읽으면서 ‘누군가가 나를 신경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선생님의 편지가 내게는 응원이 됐다. 정말 힘이 났다. 선생님의 응원 덕분인지 나도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나에게 손편지란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닌 선생님의 관심이자 배려였다. 응원이었으며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였다. 반에서 겉도는 나를 생각하며 시간을 내 한 자 한 자 쓰셨을 편지에서 사랑을 배웠다. 그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씨앗이 돼 소중한 인생이 꽃필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선생이 되고자 결심했던 것은 모두 당시 선생님 덕분이었다.

교사가 된 나도 학생들에게 종종 손편지를 써주려고 노력한다. 도움이나 용기가 필요한 학생을 생각하며 정성스레 응원의 편지를 쓰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선생님에게 자주 다가오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선 친목의 편지를 써준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1초 만에 바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손편지란 편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편지로 얘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마음이 한층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했다면 부끄러워 못할 이야기들도 손편지를 통해서라면 진정성 있게 나눌 수 있다. 아이들도 과거의 나처럼 편지를 통해 선생님의 사랑과 응원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기를 소망한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즈음 오랜만에 은사님께 그때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야겠다.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진심과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선생님의 편지 덕분에 과거 소심했던 아이가 이제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돼 제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