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몰래 놔두고 간 따뜻한 손편지… 내 마음의 피로 해소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나에게 ‘감사편지’란
- 경기 옥길산돌초등학교 유명선 교사

‘첫 시작’이란 단어는 언제나 기대와 설렘, 떨림 등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을 일렁이게 한다. 지난 3월 첫날, 교실 문을 열기 전 떨렸던 기분과 심정이 떠오른다. 나에게 교직 생활 1년을 함께할 아이들과의 첫날은 중요하다. ‘어떤 아이들과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기대를 안고 새 학기 문을 열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옷으로 몸을 감쌌던 겨울이 가고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벚꽃이 만개했다. 주변 풍경이 변한 것처럼 어느새 아이들도 새 학년 적응을 마친 듯하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도 변했다. 마치 꽃이 피어난 것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던 며칠 전, 점심을 먹고 돌아온 교실 책상 키보드 밑에서 작은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를 열어보니 반 아이가 선생님께 보내는 감사와 사랑의 말이 담겨 있었다. 종종 이렇게 아이들이 쓴 편지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피로 해소제를 마신 듯 기운이 솟는다. 업무와 수업 준비로 정신없이 힘든 하루를 보내는 동안 지쳤던 나를 깨워준다.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꾸민 편지를 받을 때면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상상하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나름의 일정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내기 바빴을 텐데, 오로지 선생님을 생각하며 편지를 썼을 모습을 생각하니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 마음에 떠밀려 다시 한 번 편지를 곱씹어 본다.

보통 1년을 보낸 뒤 종업식 날에는 아이들끼리 모여 몰래 손편지를 쓰고 내게 선물로 주곤 한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나의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에 감동이 밀려온다. 아이들 덕분에 내 방 한쪽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생겼다.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를 차곡차곡 모아둔 상자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작은 상자지만, 내게는 아이들이 준 상패를 모아둔 보물상자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학급 생일잔치 행사를 월별로 했었다. 아이들끼리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행사인데, 전날부터 교실은 설레고 들뜬 분위기로 가득 찬다. 물론 잔치 자체에 대한 설렘도 있었겠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이 생일인 친구만을 위해 써주는 편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일인 친구를 위한 편지 표지에는 애정과 우정의 표시로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음식을 그려주곤 한다.

이렇듯 간단하지만 마음을 한가득 담아 전하는 최고의 방법이 손편지다. 손편지만큼 보낸 이의 진심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은 없다. 동시에 받는 이에게는 보낸 사람과의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의 매개체가 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하지 못했던 손편지를 다시 써보려 한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로 저마다의 힘들고 지친 하루가 따뜻하게 채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