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총리의 尹 취임식 참석, 韓日 정상화 위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친서를 가지고 24∼28일 일본을 방문한 ‘정책협의대표단’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외무상, 방위상, 경제산업상에 이어 아베 신조 전 총리까지 두루 만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기시다 총리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공조가 필요하다”며 한일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도 “한일관계가 좋았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윤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내용의 친서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친서에는 예상대로 다음 달 10일 열리는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를 초청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총리가 참석하던 관행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깨졌다. 그 뒤 10년 동안 한일관계는 악화를 거듭했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외교적 협력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이 성사된다면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할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진석 대표단장은 기시다 총리 면담후 “참석 의사를 밝히면 성의를 다해 잘 모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본 측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한일관계가 워낙 꼬여 있어 쾌도난마 식으로 풀기는 어렵다. 한국에선 6·1 지방선거, 일본에선 6∼7월쯤 참의원 선거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근혜-아베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이행하고, 징용 배상은 ‘문희상안(案)’ 등에 따라 일본 기업 자산 매각 없이 한국 측의 대위변제 형식으로 풀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유 진영의 안보·경제 연대가 긴요해졌다. 북핵 대응을 위해서도 한·미·일 공조를 강화할 때다. 마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24일 양국 순방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