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듣는 이도 하는 이도 행복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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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감사편지’란 - 창원 봉곡중학교 김민영 교사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나요?” 델핀 드 비강의 ‘고마운 마음’에는 언어를 잃어가는 미쉬카 할머니가 나온다. 생의 마지막 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어떨까. ‘고맙다’는 말은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말하는 사람 본인의 치유를 위해서도 소중하다.

새 학교에서의 봄날, 햇살 드는 창가에서 우리는 고마운 마음을 편지글로 표현하는 담화 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매년 아이들의 질문이 비슷하다. 처음은 ‘받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누구에게 감사를 전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고마운 사람들을 함께 떠올려보기로 한다. 여러 감정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두 번째는 ‘분량’이다. 예전에는 편지지가 2쪽 분량이었는데, 작년부터는 1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한 장을 채우는 일이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함께 나눈 대화, 함께한 추억들을 써보자고 했다.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몇 분이 지나면 저마다 기억을 되새기며 편지를 쓴다.

세 번째는 ‘비밀 유지’다.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지 걱정하기도 한다. 편지는 내밀한 속마음을 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경우 절대 읽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꼭 지킨다. 매년 편지지에 표지가 있는 것은 아이들 마음에 대한 섬세한 배려라고 여긴다.

어떤 아이들은 “고마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찬찬히 헤아리면 정말 한 명이라도 없을까. “곧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천천히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생각해볼까요?”라고 말하며 예시를 든다.

상을 꼭 받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몇 해 전, 큰 상을 받은 언니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해줬다. 잘 쓰려고 너무 애쓰다 보면 손에 힘이 들어가서 되레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고. “진심을 담아서 조금은 편안하고 진솔하게 쓰다 보면 마음이 가닿지 않을까요?”라고 하니까 싱긋 웃으며 다시 연필을 드는 모습이 다정하다.

감사편지를 쓰면 생각지 못한 일들도 생긴다. 친구가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다가 한 아이가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함께 읽고 울었다. 급기야 오열하는 아이까지. 읽어봐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고 살짝 읽었는데 열 줄 정도 읽으니 나도 눈가가 시큰해졌다.

다정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보내는 감사편지 공모전, 지웠다 썼다 고민하며 정성껏 쓰는 아이들의 손 움직임이 고맙고 예쁘다.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나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했을까. 말할 수 있어 뭉클하고, 들을 수 있어 행복한 감사의 말들. 전하지 못했던 소중한 마음이 오가는 봄날이면 좋겠다.